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생각이나 행동 등 궁극적으로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자아상’이라고 한다.
자신의 자아상 맞춰 내적으로 또는 외적으로 충실하게 이루어가는 삶이라면 참으로 만족스러운 인생이겠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이 세상은 이미 유토피아가 되었을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끊임없이 반목하고 부딪치다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간극을 만든다. 그리하여 자아상과 현실 사이에서 만들어진 그 간극의 틈바구니에서 좌절하고 허우적거린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맞춤형 답이나 공식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간극의 틈을 좁히려는 부단한 노력만이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물 빠진 바닷가에 정박한 배를 다시 띄우는 건 바닷물이지만 배를 목적지로 향하게 하는 건 선장의 의지다. 어디로 갈 것이냐? 어떻게 갈 것이냐? 바다는 스스로 길을 내지 않는다. 오로지 선장의 결정만이 망망대해에 길을 만든다. 바닷가 모래 위에 내려앉은 배부른 갈매기에게는 더 이상의 먹이가 필요하지 않다. 두리번거린다.
어쩌면 배부른 갈매기는 지난 밤 꿈에서 본 좀 더 멀리 그리고 좀 더 높이 나는 새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먹이를 쫓느라 온통 정신을 빼앗긴 갈매기들과 바닷물이 들기를 기다리는 기울어진 배 한 척 뿐이다. 간극의 파열음이 들리는 듯하지만 그 또한 잠시의 배부름이 만든 사치다. 바닷물이 들어온다.
다시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야 한다. 바다였던 자리에 서서 저 멀리로 물러난 바다를 바라본다. 그 모습이 꼭 갈매기와 닮았다. 자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