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순 칼럼위원(前 임진초등학교 교장)
11월 3일은 ‘학생독립기념일’이다. 1929년 나주와 광주 통학생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일본 남학생들이 우리나라 여학생들을 희롱하자 우리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의로운 충돌이었다.
이 충돌에는 평소 일본인 학생들이 조선인 학생들을 차별하고 무시하고 수모를 당한 등도 분노를 촉발하는 원인이었다. 이 사안을 수사하는 일본 경찰의 편파적이고 가혹한 고문과 처벌에 대한 광주고보 학생들이 가두시위로 항의했다.
인근 학교 학생들과 시민들이 합세하여 전국적으로 번졌고 참가학교 320여 개교, 참여 학생 54,000여 명, 구속된 학생 16,000여 명이었다. 50여 명이 퇴학을 당하고 23,000여 명이 무기정학을 당했다. 이 의로운 학생의거는 중국과 연해주 미국 등지로 파급되어 민족독립운동으로 발전하였다.
그 후 해방 정국과 6.25 전쟁으로 잊혔다가 휴전이 된 1953년 11월 3일 제1회 ‘학생의 날’로 정하고 기념식을 하였다. 1973년 폐지되었다가 1984년 제11대 국회에서 ‘학생의 날’ 제정을 채택하여 부활했다. 2006년 제17대 국회에서 ‘학생의 날’을 ‘학생독립기념일’로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근본은 하나인데 ‘학생의 날’을 제정, 폐지, 부활, 명칭변경 등 혼란을 겪었다. ‘학생독립의 날’의 교훈은 약자를 괴롭히고 희롱하는 불의를 바로잡는 옳음과 바름의 실천이었다. 경찰의 편파적인 수사와 어린 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혹한 고문과 처벌에도 굴복하지 않은 바르게 배운 민족의 기개였다.
오늘 우리 학생들이 누리는 이 풍요의 학교 현장은 무기정학과 퇴학으로 배움의 기회를 잃고 꿈을 접은 피가 끓는 아픔의 터 위에 서 있다. “학생독립기념일”을 제정하여 기념하는 이유는 다시는 폭력으로 고통을 당하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게 하자는 국민의 여망이 담겨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높은 교육수준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의 학교에 ‘폭력’으로 고통을 받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 ‘망국병’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
우리 교육현장의 최대 난제가 된 ‘학교폭력 사안’은 무한가능성의 꿈을 짓밟는 사회악이다. ‘학교폭력예방에 관한 법률’ 시행이 20년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학생은 줄고 학교는 통폐합되는데 ‘학교폭력 사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학교가 감당하기 벅찬 난제가 되자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심의위원회’, ‘화해조정위원회’ ‘학교폭력 조사관’ 제도를 신설하였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운영과 생활지도의 범위를 벗어났다. 행동교정과 화해와 관계회복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심의만 한다. 처분이 내려져도 가해 학생은 그 학교에 그냥 있다.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을 마주칠까 두렵다.
가해자의 말소리만 들어도 숨이 가빠지고 신경이 곤두선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일본 학생들에게 희롱과 폭력을 당한 그 여학생들의 공포와 충격이 아직도 존재한다니 안타깝다.
왜 이 지경에 되었을까? 20년 동안 못 고친 중병이라면 원점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보호자에게 아이알리미 앱이 제공된다. 학생이 등교하면 “‘○○’학생이 몇월 며칠 몇 시 몇 분에 교문으로 등교하였습니다. “‘○○’학생이 몇 시 몇 분에 교문으로 하교하였습니다”라는 문자가 뜬다.
등교 메시지는 학생이 교육과정과 생활지도의 공간과 시간 안으로 들어간 것이고, 하교 메시지는 부모의 보호 품으로 돌아갔다는 명확한 통지이다. 학원에 가면 등원과 하원의 문자메시지가 학부모에게 전달된다. 부모가 학원측과 계약하고 학원비를 지불한 결과이다. 이 과정을 따라가면 답이 보인다,
아파트 놀이터, 학원, PC방, 등 학교 밖에서 일어난 폭력 사안이 학교폭력일까? 핸드폰으로 음란물, 성희롱과 욕설, 비난 문자나 영상물을 보낸 사안도 학교폭력일까? 일진들의 빵 셔틀, 전동기 셔틀 등 각종 비용 갈취가 학교폭력일까? AI 기술로 딥 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어 배포한 성범죄도 학교폭력일까? 지금은 이 모두가 학교폭력이다.
학교폭력 범위와 종류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이버 공간까지 확대되어 동해바다만큼 넓고 태백산 골짜기만큼 깊다. 그런데 ‘학교폭력 사안’은 당사자가 아니면 무관심한 분야이다.
자녀가 없고 학교폭력과 무관한 학부모들에게는 남의 일이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더 은밀해지고 더 악랄하고 광범위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생명이 태어나고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가슴 벅찬 감동은 없다.
교육의 힘과 인재양성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세계 유일의 자랑스런 나라의 자부심으로 ‘학교폭력’은 반드시 STOP 해야 한다. “학생독립기념일”을 제정한 그 마음으로 학생 시민 국회 정부가 동참해야 한다.
2025년 ‘학생독립기념일’ 기념식은 ‘학교폭력 없는 원년’을 선포하는 기념식이 되기를 소망하는 희망 메시지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고통은 시간표가 없다’는 사실 앞에 이제 그만 싸우고 좋은 학교문화 만들어야 한다.
pajusida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