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휴전협정 체결로 현재의 휴전선(중앙분계선, MDL)이 그어졌다. 지난 60여년간 남북한의 분단을 고착시킨 휴전선은 폭4km, 동서 248km에 이른다. 공산권 붕괴 이후 유일하게 남은 냉전의 현장, 고통의 현장으로 남아있다.
60여년을 잠자던 땅, DMZ는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60여년이란 세월을 천연의 상태로 보존되어진 DMZ 구역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생태 자원의 보존이다. 수 많은 자연 생태계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지난 60여년간 끊임없이 성장, 순환되면서 생태계의 보고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대한 또 하나의 특징은 시ㆍ공간적 단절로 인한 역사문화자원의 보존이다.
DMZ의 생태자원을 비롯한 역사문화자원을 일깨워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서서히 펼쳐지고 있다.그러나 이들 지역에 대한 자원활용에 앞서 이들 지역이 지니고 있는 자원의 현황과 실태파악이 정확히 이루어져야 할 선행과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그 동안 이들지역의 자원활용에 대한 많은 연구 용역들이 있었지만 특히 역사문화자원의 현황과 실태를 조사한 실질적 조사는 시도되지 않았다. 따라서 DMZ지역에 대한 역사문화자원의 활용에 앞선 종합적인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판문점 바로 옆에 위치한 대성동마을
DMZ의 역사와 문화
민간인 통제구역이 설정되고 그곳에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것은 불과 반세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전 그곳에서도 한반도의 다른지역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삶이 이루어졌고 대대로 인간의 문화적 활동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따라서 민통선지역에도 우리 선조들의 삶의 흔적들이 잔존하고 있으며 이들 문화유적을 다른지역과 비교할 때 우리 문화유산의 기본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반면 이들 지역의 지역적, 지형적 특수성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민통선지역인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에서 출발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수만년전의 전기 구석기 유적이 임진강, 한탄강 유역에서 집중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연천 전곡리, 파주 금파리 구석기 유적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고대국가 시기에는 고구려와 백제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던 요충지였으며 신라가 한강유역을 점령하면서 마지막으로 차지하였던 땅으로 삼국의 문화가 모두 녹아있는 지역이다.
그리고 후삼국시대에는 궁예가 민족통일의 웅지를 품고 터전을 잡았던 곳이기도 하다. 삼국시대 이 지역은 중앙세력의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 아래 일정의 자치권을 지닌 지방세력이 존재하였고 그들의 문화 역시 중앙과 구별되는 강한 지역색을 띠었다.
고려시대에는 개경의 외곽지역으로 왕도의 문화가 고스란히 젖었던 곳이며 조선시대 또한 수도 한양의 북쪽에 인접하여 그 곳의 문물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였던 땅이다. 따라서 고려와 조선시대를 특징짓는 불교문화와 유교문화가 융합된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지역에는 유교이념이 농축된 향교, 서원, 사우, 누정, 분묘 등과 불국정토의 신앙이 표출된 사찰, 석불, 마애불, 사지 등이 산재해 있다. 이렇듯 민통선 지역에도 다른 지역과 조금도 다름없는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단지 이들 지역에 대해 전문가를 비롯한 일반인들이 그것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 진다면 우리나라 중부지역에 대한 지역사를 더욱 알차게 복원 할 수 있을 것이며 허리잘린 한국의 고고학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민통선 지역의 문화유산이 지닌 민족사적 가치라 할 수 있다.
죽음의다리
파주시 민통선구역(DMZ포함)
파주시 민통선 구역은 총 139.08㎢로 파주시 전체 면적의 20.5%에 해당된다. 이 지역은 옛 장단군으로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구분되어 있었으나 1945년 8.15 광복 후 국토분단으로 인하여 장단면, 군내면, 진동면, 장남면, 진서면이 남한지역이 되고 대강면, 강상면, 대남면, 소남면, 장도면이 북한지역이 되었다. 1962년 장단, 군내, 진동, 진서면이 파주시로 편입되었고 장남면 지역은 연천군으로 편입되었다.
장단군은 경기도 서북쪽에 위치하며 동쪽은 연천군, 서쪽은 개풍군, 남쪽은 파주시, 북쪽은 황해도 금천군과 접하고 있다. 동경 126°34′~ 126°53′, 북위 37°49′~38°13′에 위치하며 전체 면적은 724㎢로 1937년 당시 인구가 6만 8천여명에 달했다.
DMZ 문화유산의 보존 민족사의 산 교육장이며 세계 유일의 비무장지대인 민통선 지역이 지난 60여년간의 깊은 잠에서 깨어 최근 남북 경협사업과 남북관계의 완화에 따른 각종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민족분단과 동족상잔으로 얼룩진 우리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상징이며 수 많은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역임을 감안 할 때 각종 개발 요인은 문화유산의 심각한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
남북화해 및 경협사업의 기반 조성사업으로 이루어진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은 이미 민통선내 DMZ 중앙을 관통하는 공사가 완료 되었으며 이 노선은 한국전쟁 이전까지 옛 장단군의 행정 중심지 부분으로 근ㆍ현대 유적 및 각종 문화유산의 심각한 훼손이 이미 진행되었거나 향후 가속화 될 우려가 있다.
남북 협력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이 지역 인근에 DMZ 평화생명마을 및 평화시 건설 계획이 발표되었으며 최근 민통선내 정착촌이 추가 건설되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개발심리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기존 대성동 및 통일촌 마을 외에 최근 동파리에 실향민 정착촌인 해마루촌이 조성 완료 되었다.
또한, DMZ세계평화공원 조성 계획은 현 정부의 공약사항으로 현재 대상 후보지 선정 작업 중에 있으며 파주시 지역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 완화로 인해 민통선내 출입 영농인들이 영농지를 확대 개간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이 지역에 대규모 인삼재배 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어 장차 출입 영농지의 확대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파주시 민통선내 통일, 안보 관광지 개발로 인해 하루 평균 2천여명의 관광객이 이 지역을 찾고 있다.
민통선 지역과 DMZ는 한반도의 현대사를 60년간 응축시킨 유일한 곳이다. 이 곳은 소중한 생명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수 많은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간직된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일련의 개발과 개발 움직임들은 더 이상 이곳이 통제(보존)의 지역이 아닌 자유(훼손)의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의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와 문화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철저한 보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이들 문화유산을 잘 가꾸고 정비해 문화자원으로 활용하고 산 교육장으로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번 훼손된 문화유산은 영원히 복구되지 못하며 다시는??소잃고 외양간 고치는??어리석음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