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윤 희 객원기자
現파주지역문화연구소장
스토리텔러 이윤희의 파주역사이야기 스물아홉번째 이야기
임진강 八景을 노래한 「래소정어(來蘇亭於)」
우리에게 알려진 임진강 팔경의 출처는 래소정어(來蘇亭於)에서 유래된 것으로 지금의 문산읍 장산리 임진강변에 위치했던 정자(亭子) 래소정에서 바라 본 임진강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묘사한 시이다.
래소정은 임진나루 남쪽에 있던 정자로 조선시대 영의정 관직을 지낸 거창부원군 신승선(愼承善)이 건립한 정자이다.
조선 숙종때 문신인 호곡 남용익(壺谷 南龍翼) 선생이 래소정에 올라 임진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읊으니 이것이 임진강 팔경의 유래가 된 ‘래소정어’이다.
래소정에서 바라 본 임진강 팔경은 1. 화석정의 봄(花石亭春) 2. 장암의 낚시(長岩垂釣) 3. 송암의 맑은 구름(松巖淡雲) 4. 장포의 가랑비(長浦細雨) 5. 동파역의 달(東坡驛月) 6. 적벽 뱃놀이(赤壁仙遊) 7. 동원의 눈(桐園雪) 8. 진사의 새벽 종(津寺曉鍾)을 말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의 풍광은 지금 대부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고 그 흔적만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다.
남용익 선생이 당시에 읊었던 임진강 팔경을 소개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본다.
제1경 화석정(花石亭)의 봄
화석정에 만발한 꽃을
花石亭前花事新
홀로 감상하는 나그네
獨來昑賞有閒人
율곡의 명성을 알지못했던 그가
幽旁擧世無相識
애석타 탄식한들 선생이 가신뒤 봄이라네
可惜先生去後春
화석정은 파평면 율곡리 산 100-1 임진강변에 위치한 정자다. 1443년(세종 25) 율곡 이이 선생의 5대조부인 강평공 이명신(李明晨)이 정자를 세운 후 율곡 선생이 국사의 여가가 날때마다 이 곳을 찾았고 관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여생을 이 곳에서 보냈다 한다. 정자에는 율곡 선생이 8세때 이 곳에 올라 지은 화석정 8세시가 걸려 있다.
제1경은 화석정에 올라 만발한 꽂을 감상하며 율곡 선생의 큰 뜻을 되새기는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제2경 장암(場岩)의 낚시
백척난간에서 봄강에 낚시 드리고
垂釣春灣百尺臺
고기를 낚는다면 큰 술잔 살려 했건만
得魚將欲沽深盃
지나는 사람 내마음 몰라주고
傍人不解吾心事
도(道)를 떠난 동강(桐江)에 물색만 오네
道桐江物色來
장암(場岩)은 ‘마당바위’로 지금의 문산읍 장산리 임진강변 절벽위에 매우 평평한 바위가 있었는데 그 넓이가 매우 넓어 사람들이 마당바위 곧 장암(場岩)이라 하였다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구술에 의하면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경의선 철로를 가설하면서 마당바위를 모두 쪼개갔다고 하며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고 한다.
제3경 송암(松巖)의 맑은 구름
정처없는 뭉게구름 점점 떠오르듯
何處淡雲點點浮
그림같은 먼 산이 속이 찬 머리같이
遠山如畵恰盈頭
비스듬히 바라보니 다정도 한 듯
橫遮望眼知多意
시객(詩客)이 고수(古愁)를 조문할까 겁내는 듯
恐惹騷人弔古愁
송암(松巖)은 특정 지명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래소정 인근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려 있던 곳을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4경 장포(長浦)의 가랑비
장개의 가랑비 맑았다 흐렸다
長洲細雨晴
백로가 가로 날으니 풀빛이 나는 듯
白鷺橫分草色飛
어부는 풍랑을 근심치 않고 漁子不愁風浪起
배에 기대어 녹사의(綠蓑衣-도롱이)를 부르네
倚船遙喚綠蓑衣
장포(長浦)는 긴 포구라는 이름으로 파평면 두포리 구간의 임진강 개펄로 추정된다. 지명유래를 보면 지금의 파평면 두포리 앞 임진강을 장깨(장개)라 하여 긴 개펄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 곳에 성담수 선생이 몽구정을 세웠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제5경 동파역(東坡驛)의 달
동파역루에 달이 비쳐
東坡古驛月當樓
집집마다 발 위에 갈구리로다
處處人家簾上鉤
규성(奎星)은 보기로는 멀지 않거늘
一點奎星看不遠
오늘밤엔 들려 광한유(廣漢遊)하리
今宵應入廣漢遊
* 규성(奎星) - 별이름
동파(東坡)는 현재 임진강 북안의 진동면 동파리를 말한다. 동파리에는 조선시대 임진강 남안의 임진나루에서 건너 북안의 동파나루에 닿는 곳인데 임진왜란시 선조가 의주로 피난갈때에도 임진나루를 건너 동파나루에 당도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 시에서 동파역(東坡驛)이라 함은 동파나루를 건너 위치했던 역원(驛院)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 위치는 화석정에서 임진강 너머로 보이는 곳이 동파가 된다.
제6경 적벽(赤壁) 뱃놀이
적벽 머리에 다시 배띠었나니
赤壁磯頭更泛舟
소선(蘇仙) 가신 후 풍류는 남았도다
蘇仙去後尙風流
부서지는 파도 밝은 달 모두 좋은 밤
波殘月白皆良夜
황강(黃岡)이 필요없는 임술년 가을일세
不必黃岡壬戌秋
* 황강(黃岡) - 중국 호북성 황강현, 소식(蘇軾)이 호를 동파거사(東坡居士)라 하고 이곳에 거실을 마련하였다 한다.
적벽(赤壁)은 임진강의 전 구간에 걸쳐 형성된 현무암 절벽을 말한다.
이 시에서 말하는 적벽은 아마도 화석정 아래에 펼쳐진 율곡리 적벽 구간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7경 동원(桐園)의 눈
동원의 모설(暮雪) 희기가 애애하고
桐園暮雪白
언덕위 바라보니 날씨 개여가네
望裏平坡霽色開
밤이 되어도 강가 사릿문 열렸나니
入夜江扉終不掩
아마도 섬계(剡溪)의 왕자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리
剡溪疑有子猷來
* 섬계(剡溪) - 중국 절강성 조아강(曹娥江)의 상류, 진(晋)나라 왕자 유(猷)가 눈오는 밤에 재규(載逵)를 방문한 고사에서 유래
동원(桐園)은 ‘오동나무 정원’이란 뜻으로 현재 장산리 마을에 느티나무 고목이 한 그루 서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곳을 동원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 말하는 동원은 임진나루를 건너 동파리에 주막거리가 있었는데 주막거리 주변에 오동나무가 많았다 하며 이 곳의 자연마을명이 동자원동(桐子院洞)이라 유래되고 있어 래소정에서 강건너로 보이는 이 곳의 풍광을 시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8경 진사(津寺)의 새벽종
나루머리에 절이 서니 백운이 층(層)이 되고
津頭寺隔白雲層
밤중에 종 울리매 노승이 있음이야
半夜鳴鍾有老僧
내 고소성(姑蘇城) 밖에 머문 것 아닌데
不是姑蘇城外泊
한천(寒天)에 지는 달과 어등(漁燈)을 보누나
寒天落月又漁燈
* 고소성(姑蘇城) - 중국 강소현 고소산에 있는 성(城)
진사(津寺)는 임진나루 인근에 있던 사찰로 보여지는데 문헌 기록에 임진나루 인근인 율곡리 산중턱에 사지(寺址) 기록이 있어 이 사찰이 아닌가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