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는 재미있게도 마을에서 의회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벚꽃 길로 유명한 파평면 밤고지 마을이다. 행정적인 이유로 한 마을이 두포리와 마산리로 나누어졌다.
그렇지만 “어찌 하루아침에 다른 마을인 양 등을 돌릴 수 있겠 냐”며 마을일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의회를 두게 되었다. 두마 의회(두포리+마산리)는 주민들이 직접 의회를 결성, 이를 주축으로 마을 일이 진행되고 있다.
두마 의회를 비롯한 주민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마을의 도시재생이 성공 적으로 이루어지고 밤고지 마을만의 이야기가 더욱 풍성 해지는 것이다.
#01 깨끗한 마을, 밤고지
마을사람들에게 젊은 오빠라 불리는 밤고지마을의 이장님께서는 20년 전 시상금 대신 받은 꽤 많은 벚나무 묘목을 밤고지 마을에 심었다. 나무는 무성하게 자라 파주 벚꽃 십 리 길이 조성되어 이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생겨났다.
당시 벚나무를 심으신 이장님은 아직도 이 마을의 이장을 맡고 있다. 한 분이 너무 독식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모르는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지만, 인구가 적은 파주 북부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인구가 적은 동네에 평화를 품은 집이 들어섰다.
#02 작은 도서관, 평화를 품은 집
특성화된 이 작은 도서관은 주민들의 문화,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평화, 인권, 환경 관련 도서가 주를 이룬다. ‘전쟁과 분단이 낳은 파주 지역의 역사와 평화’라는 주제를 그지없이 평온한 분위기에서 잔잔히 드러내고 있다.
분단의 상처를 지닌 지역사회를 평화의 눈으로 비추어보는 작업을 지속해서 진행하는 두포리 숲속에 자리한 평화를 품은 집은 그래서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관련 영상물 상영관, 기획 전시관, 세미나 등을 개최하여 지역사회의 활동가들을 끌어 모으는 복합 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도서관의 관장님과 집장님께서는 도서관이 마을의 중심이 되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늘 잊지 않았고, 기존 주민들과의 접점을 어찌 찾을까 고민하던 중 밤고지 마을의 아카이빙 활동을 통해 동네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스토리 북으로 만들어졌을 때 어르신들의 기쁨과 감동적인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지난 추석에는 마을 주민이 손님과 함께 찾아왔다. 명절을 맞이하여 찾아온 자녀들에게 책도 보여주고 지도를 가리키며 이곳, 저곳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마을 중심으로 가깝게 다가온 도서관이 문화적 소통 공간의 역할을 멋지게 해낸 것이다. 이를 통해 어릴 적 동네에 살았던 자녀들 역시 자연스레 그들 자녀에게 당시의 추억 어린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너 나 할 것 없이 세대 간의 소통공간이 되어 이야기꽃을 활짝 피우게 된 것이다. 작은 이야기의 시작은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크고 작은 마을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03 밤고지 마을의 미래
도시재생의 핵심은 협력적 거버넌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이해 당사자가 책임감을 느끼고 협력하는 것)이다.
주민과 전문가 그리고 행정이 각각의 특징을 공유하며 협업 되어야 한다. 유기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지속해서 도시재생이 진행될 수 있다.
주민들 스스로 상생의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수평적 이야기에서 오가는 사사롭고 소소한 행복들을 주고받기 마련이다. 이런 행복들이 오가며 밤고지 마을 재생은 한 층 더 힘을 받고 있다.
밤고지 마을을 대표하는 두마 의회의 바람처럼 마을에 위치한 두포천 정화로 두포천 살리기나 마을 역사관을 세워 문화의 흔적들을 되살려 재연하는 것이 그리 먼 얘기는 아닐 것 같다.
‘지역 공동체가 주도해 지속해서 혁신하는 도시’라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의 비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마을이다. 실현 가능한 역량이 돋보이는 밤고지 마을. 이 마을의 다양한 역할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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