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살아있는 계란을 죽은 암탉 밑에 두지 마라.'
요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문장이다.
살아있는 계란을 죽은 암탉 밑에 두지 말아야 함은 자명한 이치다.
요는 살아있는 계란을 구분하는 방법이 모호하다는 사실이다.
이미 죽은 계란. 즉, 가능성이 1%도 없는 일에 매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미 죽은 계란을 살아있는 암탉 밑으로 밀어 넣고서 부화를 기대하지만 깨어날리 만무하다.
때로는 멀쩡한 암탉을 의심하기도 한다.
문장을 바꿀 필요가 있겠다.
'죽은 계란을 살아있는 암탉 밑에 두지 마라.'
새벽이면 어김없이 길을 나서 붉게 물든 하늘과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들녘을 만난다.
하늘도 벼들도 명쾌해졌다.
벼들은 가을을 맞이하였고,
하늘은 가을을 준비하였다.
벼들은 하늘을 의심치 않았고,
하늘은 벼들을 버리지 않았다.
살아있는 벼들을 살아있는 하늘이 품었다.
그렇다.
살아있다는 것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살아있으면 언제라도 깨어날 수 있다.
어느새 깊어진 가을이다.
자명한 이치를 보여주는 가을의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