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심리학이 발견한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중심성’이라고 한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말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모두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가장 상식적이고 지극히 보편적이라 여기는 말도 안 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처음 접하고서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우겨 보고 싶었지만 딱 하나의 질문을 마주하고서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찍힌 단체사진을 볼 때 누구를 가장 먼저 찾는가?”
백기를 들고 말았다.
심리학이 발견했다는 인간의 특성인 ‘자기중심성’에 지극히 충실한 사람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풍경을 볼 때도 나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이었다.
일출의 순간이라면 태양이 떠오를 방향만 하늘만 뚫어지게 응시하였다.
오로지 딱 하나의 지점만을 지켜보았다.
다행이라면 그래도 그 순간의 여러 모습들이 사진에 담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출을 기다리는 사진 속에는,
추수를 모두 끝내고 텅 비워진 채 겨울을 기다리는 논이 담겼고,
붉게 달아오르는 하늘을 가로질러 날고 있는 철새의 비행이 담겼고,
아직 다 잎을 떨구지 못한 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가 담길 수 있었다.
나의 시선이 응시하는 곳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사진에는 담겼다.
덕분에 자기중심적이 아닌 객관적 시선의 세상을 접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내게는 사진이야말로 객관 친화적 시선이라 할만 하겠다.
언제나 청춘으로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남의 시선 따위 그냥 무시하고 살고 싶다는 이기적 욕망도 강하다.
이 모든 생각들이야말로 심리학이 발견했다는 인간의 특성인 ‘자기중심성’에 지극히 충실한 사람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하는 증명인 셈이다.
때로는 카메라의 앵글을 반대로 돌려 나를 보는 연습이 필요하겠다.
그럴 수 있다면 자기중심성이라는 그물에 걸려있는 자신의 실체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객관 친화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다면 자기중심성에서 얼마간은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신에게도 물어봅니다.
“단체사진 속 인물 중 당신은 누구를 가장 먼저 찾아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