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가 K3 리그 정상화를 외치는 파주시민축구단(이하 시민축구단)에 작심의 칼을 빼 들었다. 시민축구단을 살리기 위한 제안으로 방만하게 운영해 온 임원진에 대해 14일 오후 2시까지 ‘임원진 전원사퇴’ 라는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왜 그랬을까? 앞서 시민축구단은 지난 6일부터 3월 6일까지 파주시청 앞에서 집회 신고를 내고 매일 20여명씩 현재(12일)까지 이어오고 있다.
시민축구단이 이러한데는 파주시와 협의하에 1월 감독 선임 공고 후 감독을 뽑았는데 파주시가 승인을 해주지 않아 당장 3월 1일부터 K3리그가 시작된다. 14일까지 예정된 리그 참여 의사를 대한축구협회(이하 대축)에 통보해야 하지만 파주시가 감독 후보를 선발한 후 선임을 해주기 않기 때문이라고 반발한다. 또한 2년간 재정 지원 약속이다.
감독 선임이 끝나야 리그 참가 통보, 선수단과의 계약, 코칭스태프 선임 등이 선행돼야 이후 절차가 진행할 수 있다. 리그에 참가하지 못하면 대축으로부터 3년 간 출전정지를 당해 사실상 축구단은 해체위기에 놓인다.
2012년 창단한 파주시민축구단은 그동안 구단주가 파주시장이었지만 법에 따라 2024년 7월 ‘파주시민축구단 사회적협동조합’ 독립법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창단 13년을 맞이하는 축구단은 현재 이사장(단장)이 8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시가 축구단에 년간 지원하는 운영비는 26억 원(2025년)으로, 파주시의 지원 없이는 몇 개월도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해체 수순이나 다를 바 없다.
단장의 공(功)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열악한 예산으로는 축구단 운영이 싶지 않아 사비가 들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축구 사랑은 지방 원정경기가 열려도 선수들 격려를 위해 시간, 돈 아끼지 않고 경기에 참석하면서 축구단을 이끌어 왔기 때문에 축구인들이라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이러한 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주시가 최후통첩을 한 것은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 대해 사회적협동조합 출범 이후 ▲7개월이 지나도록 공식 서포터즈 및 단 한 명의 조합원을 모집하지 못함과 방만한 운영을 지적했다.
또한 ▲독립적인 운영을 위한 파주시의 정관 개정 요청을 명백히 거부했다. 특히 ▲시민축구단 이사의 횡령 의혹마저 일고 있는 파주시민축구단의 투명하고 체계적인 운영과 정상화를 위해 투명하고 체계적인 운영 방안을 제시하라는 파주시와 구단주의 요청을 묵살했다는 이유를 꼽았다.
특히, 시민축구단 이사(축구협회 임원)의 지자체 보조금 유용 의혹으로 파주시체육회에서 경찰 수사의뢰를 한 상태이고, 이와는 별개로 시 체육과도 해당 이사의 횡령 의혹 정화이 포착돼 별도 수사를 의뢰,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이사장(단장) 이하 이사 2명, 감사 2명 등 임원진 5명의 전원 사퇴를 공식 요청한 것이다.
현재 이사장 한 사람만 사퇴하는 것으로 말이 나온다. 그러나 시의 임원진 전원사퇴 요청 이유는, 4명은 축구협회 핵심 임원이고 1명은 이사장과 가까운 지인이라 원팀으로 보여져 이사장 한 사람 빠진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들을 따르는 축구인들의 “파주시민축구단을 지켜주세요” 라는 요구는 ‘명분’ 없는 시민축구단 정상화 요구에 불과해 보인다. 더욱이 파주시는 K3에서 K2리그로 향하고 있다.
뽑혀 있는 감독은 유소년축구 지도자를 거쳐 현 단장의 총애로 파주시민축구단 감독에까지 올랐으나, 그가 3시즌 동안 K3 리그 16개 팀 중 2021년 10위, 22년 2위, 23년 7위의 성적은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 K2리그를 향한 발걸음이 바쁜 파주시와 시민축구단의 결이 다를 수 밖에 없음이다.
지난해 축구단과 갈등을 일으키며 타 구단으로 떠난 국가대표 출신 오범석 감독은 시즌 초기 홈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24년 K3리그 8위, 홈 관중 1만 명 모객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으라” 했다.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의 조직은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는 게 통상적이다. 정권이 바뀐지 2년 반이 지났다. 어떻게 보면 자리를 오래 보존했다.
그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 자리를 보존하려는 애쓰는 모습을 보자면 우직함 보다는 미련해 보일 정도로 안타까움이 앞선다.
파주시 입장은 단호하다. 임원진 전원사퇴 및 구단 운영 개선 방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K3리그 참가를 위한 시민축구단 지원을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의 요청 수용 시, 보조금 지급 정상화와 K2리그 검토를 약속했다.
복수의 엘리트 선수뿐만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시민들은 이 사태를 안타까워 한다. 파주시와 축구단의 입장을 떠나 언론에 보도된 문제들이라면 당연히 현재 구성원들이 길을 비켜주는 것이 ‘정상화’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