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1장. 칼잡이 가족
2. 식, 시익, 식.
한번에 짧게 시작하지만 메아리로 돌아오는 소리는 대왕 할아버지 아니면 흉내 낼 수 없는데, 괴이하네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연달아 들리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힘들여서 소리를 만들어 내어도 메아리로 돌아오게 하지 못하는데 말이에요. 대왕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것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소리에도 날개가 있다는 거예요.
대왕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칼을 다루는 솜씨가 좋기로 유명한 분이랍니다. 사냥왕의 자리를 한 번도 빼앗긴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사냥터에 아들손주 할아버지가 대신 다녀오세요. 할아버지도 가족이지만, 대왕 할아버지의 슴베 없이 뭉툭한 칼로 사냥하신다니까요.
대왕 할아버지가 잡아 오신 고기는 어느것보다도 크고 실해요. 대왕 할아버지의 사냥감으로 제사를 지낼 때면 상차림이 꼭 잔칫날 같거든요. 밥상 위에 그릇이 얼마나 많이 오르는지 세다가 숫자를 잊어버릴 정도였으니까요.
이제는 대왕 할아버지의 사냥 비결을 알 수 있을 때까지 모두 열심히 훈련해야 해요. 다행히도 가족들 가운데 할아버지가 대왕 할아버지로부터 직접 칼을 가는 솜씨를 배우셨어요.
대왕 할아버지가 쓰시던 칼은 어느 누구도 쓸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할아버지는 날카롭게 돌을 갈아서 날을 만들 수는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가족의 자랑이에요.
돌날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아는 사람도 아마 없을 걸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칼날을 만드는 데에서도 무슨 일이든 정성이 없으면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이치를 배우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