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철책은 쇠로 만든 울타리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담 대신에 쇠로 경계를 지어 무엇인가를 막는 기능을 하는 울타리를 우리는 철책이라고 부른다.
철조망은 철조선을 그물 모양으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물건이나 그것을 둘러친 울타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사진 속의 물건은 무엇일까?
경계를 지어 넘어가거나 넘어오지 못하게 하였으니 철책일 것이요,
그물 모양으로 얼기설기 엮어서 둘러친 울타리니 철조망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이라 특정지어 부르기가 애매하다.
하긴 무엇이라 부르는 게 중요한 건 아닐 것이다.
제 기능만 제대로 하고 있으면 그만일 터이니 말이다.
초기에 잘 관리되나 싶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특정지역의 특정종교단체 신자가 확진자로 판명된 이후로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판매처마다 길게 늘어선 행렬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신경은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한 약속도 줄고 혹여 길에서 누군가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악수는 고사하고 시선을 피하며 되도록이면 말도 아끼는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의학적 위험인 폐렴을 넘어 사회심리학적으로도 큰 상처를 남기기 시작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방역과 개인위생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방역이 철책이라면 위생수칙 준수는 철조망이다.
확산의 방지를 위해 튼튼한 방역의 철책을 세워야 하며, 안전의 경계를 넘지 못하도록 위생수칙의 철조망을 빈틈없이 둘러야 한다.
하지만 마음은 다르다.
어려울 때 일수록 서로 믿고 도와야 한다.
마음에 마저 경계를 지어 무엇인가를 막는 책(柵)이나 얼기설기 엮은 울타리인 조망(條網)을 쌓거나 둘러치는 건 자칫 사회적 단절을 불러올 수 있다.
힘들 때 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나눠야 한다.
남을 탓하는 일도 금해야 한다.
혹시 마음에 높고 견고한 철책을 쌓고 철조망을 두르고 있는 건 아닌지 차분하게 자신을 둘러보는 일이 우선이다.
사람이나 국가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 진면목이 들어난다고 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시험대에 올랐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
일류국가의 일류국민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방역과 개인위생수칙 준수의 철책과 울타리는 높게 세우되 마음의 경계는 낮춰 서로를 믿고 배려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위대한 대한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