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산책을 시작할 무렵에는 강 건너 동네의 아파트 위에 걸릴 듯 떠있던 그믐달이 산책이 끝나갈 쯤에는 붉게 물든 하늘 위로 제법 높이 솟아올랐다.
예상을 깬 일이었다.하루를 밝히던 태양이 낮이 끝날 때 서산 너머로 기우는 것처럼 밤이 지나 어둠이 끝날 무렵에 달도 기울 줄 알았다. 그런데 날이 밝아올 수록 달은 땅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움직였다.
달이 뜨는 시간과 이동의 경로는 음력의 날짜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보름달은 오후 6시에 떠서 오전 6시에 지며 동쪽하늘에서 관측 할 수 있지만, 그믐달은 오전 6시에 떠서 오후 6시에 지며 주로 서쪽 하늘에서 아주 짧은 시간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산책을 시작하고 나서 월출이 시작되었다는 건 음력으로 그믐에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비록 눈으로는 볼 수 없다 하더라도 그믐 즈음엔 낮 동안에도 분명 하늘에 달이 떠 있으며,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에 혹시 낮게 뜬 달을 본다면 이는 뜨고 있는 달이 아니라 저물고 있는 달이라는 얘기다.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 확인을 통해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일을 종종 경험한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안다는 건,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알려고 한다.'에 가깝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태양이 중천에 떠있더라도 달과 별 역시 하늘에 자리 잡고 있다.아집을 털어버리면 틀리다며 멀리하였던 다른 이의 생각이 보인다.
다를 뿐이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태양도 달도 별도 저마다의 빛으로 하늘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알려고 하니 태양과 달과 별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어디 태양과 달과 별뿐일까?마음의 문제이다.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