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이 세상의 모든 생명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
세상에 존재했으니 세상에서의 소멸은 당연한 귀결이다.
영원은 없다.
다만, 삶의 시간이 다를 뿐이다.
더디게 흘러가는 소멸의 과정이 있고,
급하게 흘러가는 소멸의 과정이 있지만,
그 모든 삶은 명멸의 빛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물안개는 뿌옇게 모였다 흩어짐으로 명멸하고,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다가 시듦으로 명멸한다.
안개를 흩트리고 갈대의 꽃씨를 흩뿌리는 철새의 날갯짓이 하늘을 가르면,
하루의 명멸이 시작된다.
일렁이는 안개를 타고 빚이 내린다.
출렁이는 갈대를 따라 빛이 퍼진다.
각자의 방식으로 소멸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삶의 시간이 다를 뿐이다.
한해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12월은 1년이라는 단위가 명멸하는 달이다.
어떠한 방식으로 명멸을 고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영원은 없다지만 진행 중인 영원은 삶이다.
미련과 아쉬움의 순간은 또 다른 삶의 희망과 기대로 교차된다.
그렇게, 삶의 시간이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