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달랑 혼자만 남지 않아서 다행이다.'
둘만 남은 나뭇잎들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아마도 이런 독백을 하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본다.
"언젠가 혼자 남게 될 날을 미리 연습하는 거야."
작년 이맘때쯤 친구들과 유럽으로 환갑기념 여행을 떠난 형수님의 빈자리를 홀로 채우던 동네 형님의 입에서 나온 탄식이었다.
이어지는 말은 이러했다.
"혼자 해먹는 밥과 홀로 보내는 시간에 이제 좀 적응이 좀 되려니 벌써 돌아올 때가 되었네. 에휴~~~"
말씀은 그렇게 해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였다.
다시 둘이 되는 일이 반갑고 좋았던 것이다.
그렇다. 그게 어디 연습으로 되는 일이겠는가 말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닥칠 일이지만,
닥치면 그 때가서 도리 없이 그냥 겪어야만 되는 일이지만,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일이 혼자 남는 일이다.
부산에서 홀로 지내신다는 형님의 구순 아버지는
한동네에 사는 막내딸이 끼니때마다 들려 식사를 챙겨드린다고 한다.
그래서 막내딸에게도 휴식이 좀 필요하니 가끔은 마트에서 파는
간편식을 사서 드시라고 장남인 형님이 권하였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으시더란다.
그런데 형수님의 부재로 혼자 지내다 보니
아버지가 왜 혼자 마트에 가시지 않았는지,
왜 파는 음식을 사 드시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더란다.
자신도 곧 그런 날이 오지 않겠냐며 그래서 연습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하였다.
딱히 드릴 말이 없어 그저 속마음을 얘기하였다.
“먼저 가는 사람이 이기는 거 같아요.
그래도 누가 질지 모르는 일이니 남는 연습도 필요한 게 맞는 거 같긴 합니다.”
달랑 둘만 남았던 나뭇잎도 곧 하나가 될 터이다.
그 때가 되면 나머지 한 잎은 아마도 이런 독백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먼저 갈걸 그랬어.’
이래저래 스산해진 계절이다.
휑한 가지에 잎새 몇 잎 그려주고 싶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