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이상한 그릇(5번째)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꼬맹이에게는 숨고 싶은 때예요. 집 안에 있으면 눈치가 보이고, 밖에 나가도 도울 일이 없었으니까요.
모두 바쁘게 일하는데 어리디어린 꼬맹이가 문밖을 나갔다가 사나운 짐승한테 물려서 걱정을 끼쳐서도 안 되겠지요. 그래도 살금살금 문밖을 빼꼼히 내다보고 개구쟁이처럼 한 발짝 한 발짝 땅을 디뎌 봤어요.
이웃 아주머니가 넓은 벌판에서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놓고 국을 끓이려고 하셨어요. 둥그렇게 넓은 벌판은 마을 어른들이 모여서 의논하고, 함께 놀던 곳이거든요. 커다란 솥에 국을 끓이시니까 사냥에서 돌아오는 삼촌들에게 주려는 줄로 꼬맹이는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주머니는 뾰족그릇을 불 위에 올려놓으려다 번번이 떨어뜨리시는 거예요. 꼬맹이는 무거워서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작은 손으로 도울 수가 없어 답답했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저씨가 껄껄껄 웃으셨어요.
“밑이 뾰족한 걸 어떻게 세운담? 받침대라도 있어야 서지. 쯔쯧”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흘겨보고는 돌아서서 바삐 어디론가 가셨어요. 걸음걸이만 봐도 꼭 나뭇가지를 구하러 가는 줄 알겠어요.
아주머니의 얼굴이 붉어졌고 걸음도 빨라졌어요. 초조한 아주머니를 보다 못한 아저씨가 급기야 마당 한쪽에 쌓아 둔 장작 몇 개를 가져왔어요.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보고서야 걸음을 멈추었어요.
아저씨가 길고 두꺼운 장작을 골라서 땅속에 묻기 시작했어요. 또 둥그렇게 둘러가며 장작을 계속 놓았어요. “그릇의 옆면이 장작에 닿아야 해. 그래야 그릇이 움직이지 않을 게 아닌가?”
꼬맹이가 곁에 있어서 아저씨는 잔소리를 부드럽게 하는 것 같았어요. 꼬맹이는 많은 것을 배워서 좋고, 아주머니는 꼬맹이를 앞세우고 아저씨의 눈총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지요.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흘낏흘낏 바라보다가 나뭇가지들을 계속 구해 와서 타는 장작더미에 계속 던졌어요. 불이 꺼질 줄 모르고 활활 타올랐어요.
꼬맹이가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까닭이 바로 거기 있었죠. 다툼이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꼬맹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어른들의 눈에 보이는 거예요. 꼭 관찰하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