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요지부동할 것 같은 강과 산이라도 10년의 세월이 지나면 그 모습이 변한다는 뜻으로 10년의 세월이 그만큼 길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속담이다.
사실 요즘의 세상은 10년이 아니라 1년도 길다.
정신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10년의 세월 동안 꾸준하게 지역을 대표하는 참 언론사의 역할을 수행해온 <파주시대>는 그래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할 수 있겠다. 그 세월의 무게만큼 축하를 보낸다. 이 시기의 농촌은 모내기를 하느라 분주하다.
예전의 농촌처럼 일일이 손으로 모를 심는 작업은 아닐지라도 농민들에게는 1년 중 추수철과 더불어 가장 분주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적당히 물을 가둔 견고하고 낮은 비닐하우스의 모판에서 자라던 모들이 드디어 자유를 찾아 드넓은 논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니 옮겨졌다. 자유를 찾았다고 생각했으나 제자리를 붙박이로 지켜야 하는 건 모판이나 논이나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가지런히 논에 심긴 모들은 희희낙락이다.
긴 다리를 첨벙거리며 먹이사냥을 하는 백로들의 발걸음을 느낄 수 있으며, 백로들의 머리 위로 떠올라 서서히 기우는 태 양의 움직임을 볼 수 있으며, 태양빛을 가득 품은 논물을 일렁이며 부는 바람을 직접 맞을 수 있으며, 때로는 갈증을 풀어줄 단비를 온몸으로 맞을 수 있으니, 이만하면 꽤 많은 자유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
얻은 대가에 비해 너무 큰 위험에 노출된 게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차라리 비닐하우스 안의 모판이 더 안전한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무지개를 보고 싶다면 비를 견뎌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비로 비유된 고난을 기꺼이 즐길 수 있어야 꿈과 이상인 무지개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극심할 가뭄에도, 한여름 무더위도, 몰아칠 폭풍우도 두렵지 않을 리 없지만, 누렇게 익은 고개가 숙여질 정도로 성숙해지려면 비좁은 하우스의 빽빽한 모판에선 불가능한 일이기에 기꺼이 고난을 견뎌내어야 한다.
가을이 깊어진 어느 날 황금빛 들녘 위로 무지개가 떠오를 것이다. 모판에 있었다면 볼 수 없었을 무지개다. 무지개를 보고 싶다면 마땅히 비를 견뎌낼 일이다.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파주시대>는 이제 논에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모다.
극심한 가뭄도, 한여름 무더위도, 거센 폭풍우도 모두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으니 이제 단단하게 익은 알곡을 맺을 일만 남았다. 그 알곡들이 파주를 넘어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살찌우는 지적 양식이 될 일만 남았다는 뜻이다.
그 일을 해낼 <파주시대> 관계자 분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를 모두 진심으로 미리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