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짧지만 신의 심판에 대한 매우 극적인 일화가 실려 있다.
바로 바벨탑에 대한 얘기다.
역사적으로 볼 때 바벨탑은 아시리아가 멸망한 후 메디아와 신바빌로니아 외에 소아시아에서 일어난 리디아, 그리고 다시금 독립한 이집트를 합쳐 4국 대립시대를 맞이하게 된 오리엔트 세계와 관련이 있다.
오리엔트 4국 중 메소포타미아 평야를 지배하던 가장 강대한 번영한 국가였던 신바빌로니아가 웅장한 신전과 궁전 등을 하늘 높이 솟구치게 지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벨탑과 공중정원이었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바벨탑은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과 그에 대한 신의 분노를 기록하고 있다.
인간들의 오만함에 분노한 신은 본래 하나였던 인간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렸다.
높고 거대한 탑을 세워 하늘에 닿고자 했던 인간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 서로 다른 언어와 함께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인간의 오만을 상징하는 바벨탑 건설은 결국 혼돈으로 막을 내렸다.
건조한 땅인 바빌론에 만든 공중정원은 신바빌로니아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왕비 아미티스를 위하여 만든 인조 공원이다.
벽돌로 벽을 쌓고 안을 흙으로 메워 여러 층의 정원을 만들어 층마다 온갖 나무와 꽃을 심어 짐승과 새들이 살게 하였다.
정원을 가꾸기 위해 필요한 물은 노예로 하여금 유프라테스 강에서 운반하게 하였다고 하니 이 또한 권력자들의 허영을 채우기 위한 오만이라 할만 하겠다.
아미티스의 고향이었던 메디아 일대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천국의 이미지로 생각했다던 "푸른 나무와 풀로 이루어져 있고 온갖 과일이 열려 있으며 꿀과 물이 흐르며 연못이 많다"와 흡사하도록 당시의 모든 기술력과 노동력이 총동원되어 건설된 공중정원이었지만 영원하지는 못했다.
공중정원은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죽은 지 43년 후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불타 없어졌다고 한다.한적한 농촌이었던 마을이 점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곳곳에 높고 커다란 건축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아주 높게 올려진 무인카메라이다. 볼 때마다 오만한 인간들이 쌓아올리려 했던 바벨탑이 떠오른다. 안전과 편의를 위한 장치긴 하겠지만 그 어마어마한 높이에 기가 질리곤 한다.
어쩌면, 무인카메라는 공중정원을 만드는 노력 대신 더 높은 곳에서 세상 자체를 정원 바라보듯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상상이란 걸 인정한다. 하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서는 이제 막 솟아오르기 시작한 태양보다 더 높게 보이기도 하는 무인카메라는 자꾸만 오만을 생각하게 만든다.
모쪼록 그 오만함이 하늘을 건드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혹여 신의 분노로 꺾이거나 부서지지 말며 그로인해 또 다른 언어들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카메라의 렌즈가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가장 아름답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요즘의 하늘과 사람을 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두 눈으로 들어 하늘과 마주보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