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때는 원시시대.나이 지긋한 원시인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한다."요즘 아이들은 너무 한심해.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계획도 없으며 성실하지도 않아. 정말 최악의 세대가 될 거야."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가 아닌가?그렇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많이 쓰고 있는 이 말의 근원을 찾자면 어쩌면 원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내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세대와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삼십 년이라고 하니 우리는 삼십 년을 주기로 하여 가장 한심한 세대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심한 세대를 만드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흘려보낸 한심한 세대를 회상할 때 따라붙는 표현이 아이러니하게도 '황금세대'다.그러니까 기성세대가 보는 가장 한심한 다음 세대가 두 세대 정도를 지나고 나면 황금세대로 둔갑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그렇게 암울하기만 했던 70~80년대가 민주화와 표현의 자유를 꽃피운 시대로 기억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다.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들 말한다.
그래서인지 힘겨운 삶의 무게에 허덕이는 현재의 세대들은 자신이 처한 암울한 현실 앞에 좌절하며 다음 세대를 걱정한다."요즘 아이들은 너무 한심해.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계획도 없으며 성실하지도 않아. 이 어려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어. 정말 걱정이야."라고 말한다.
한숨을 푹푹 내쉬었던 아주 오래 전의 그 원시인이 되살아나 이 걱정을 듣게 된다면 무어라 말할까?아마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살아보니 지금 살고 있는 현재의 이 시대가 가장 황금세대였고 그 황금세대는 한 번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니 다음의 황금세대를 걱정하지 말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황금시대를 잘 즐기세요."
밝은 시간대에 보면 커다랗고 넓은 거미줄은 보이지 않고 공중에 떠있는 듯한 거미만 보인다.거미가 공중부양을 했을 리는 없다.오랜 시간을 들여 엮은 거미줄 덕분에 부양한 듯 보이는 것이다.그야말로 황금 거미줄이다.
우리도 그렇다.세대와 세대가 엮여 현재를 이룩한 것이다.그러니 이어질 다음 세대를 걱정하기 보다는 지금의 세대를 황금빛으로 물들일 일이다.거미는 내일의 먹이를 걱정하기 보다는 거미줄에서 느껴지는 지금의 미세한 움직임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