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병법에 능한 군사전문가이자 정치가였던 초나라의 심제량(沈諸梁)은 어렵게 만난 공자(孔子)에게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리는 치국(治國)에 대한 가르침을 얻고 싶어 이런 질문을 했다.
"백성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부디 명쾌한 답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가르침을 원하는 심제량에게 공자는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이라는 단 한 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풀어보자면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모여들게 마련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극히 단순한 말이었지만 심제량은 이 한 마디 말에 크게 감명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깨달음까지 얻었다고 한다.공자의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는 심제량이 살던 춘추시대의 정치에만 적용되는 가르침이 아닐 것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관계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의 사람들이 주변 사람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금석과 같은 말이기도 하겠다.대표적인 여름꽃인 해바라기가 가을꽃의 대명사인 코스모스와 어우러졌다.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계절이 무슨 대수며 상관이랴 싶다.
가까이 함께 어울려 기쁠 수만 있다면 거리뿐만이 아니라 계절까지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걸 두 계절의 꽃이 보여주고 있으니 공자의 가르침인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이 분명하겠다. 그러니 애쓰지 않을 일이다.
멀리 있는 사람을 모으려 애쓰지 말고 곁에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저절로 모여들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