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매우 긴 하늘색 꼬리와 날개를 가졌지만 어울리지 않게도 참새목 까마귀과에 속한다.어찌나 경계심이 강한지 노는 모습을 찍으려고 하면 한 발짝도 채 다가서기 전에 도망가 버리기 일쑤다.
공격성과 결속력은 또 얼마나 매섭고 끈끈한지 둥지라 있는 곳 근처에 접근이라도 할라치면 떼를 이루어 덤비곤 한다.
며칠 전에는 차도에서 무언가를 물고 날아올라 근처의 나뭇가지에서 열심히 쪼아 먹는 모습을 보았다.
궁금해서 망원경으로 살펴보았더니 그 무언가의 정체는 참새여서 깜짝 놀랐다.(참새목에 속하는 정체성을 생각하면 이러면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도대체가 우아한 하늘색 꽁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포악한 성정을 지닌 물까치다.그런데 생각해보면 인간도 물까치와 닮은 면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아한 척 하는 인간들.고상한 척 하는 인간들.떼 지어 다니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포악성을 꽁꽁 감추고 있는데 자신들이 불리하다 싶은 국면에 이르게 되면 떼를 지어 공격한다는 점까지도 매우 흡사하다.물론 물까치의 입장에서는 이런 비유가 억울할 수 있겠다.
왜냐면 물까치들의 공격성은 자신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고 여겨질 때 나타나는 것이지 인간들처럼 탐욕을 위한 공격이 아니기 때문이다.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일이다.그래서 위에서 했던 말을 조금 수정하려고 한다.
탐욕을 위해,우아한 척 하는 인간들.고상한 척 하는 인간들.떼 지어 다니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을 물까치보다도 못한 존재로 수정하겠다.'동물의 일원이지만 다른 동물에서 볼 수 없는 고도의 지능을 소유하고 독특한 삶을 영위하는 고등동물'이라는 인간이라는 단어의 정의에 맞게 좀 살아보자.
최소한 물까치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불쾌지수가 최고조로 치솟는 폭염의 시기다.최소한 이 때만큼이라도
떼를 지어 다니며 우아한 척, 고상한 척 불쾌지수를 올리지 말자.여름을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