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디테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디테일이 없으면 콘텐츠가 존재하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없거나 약한 사람은 누군가에 무엇을 전달하려 할 때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기만 할 뿐 중언부언으로 그치기 일쑤다.
반대로 콘텐츠가 많거나 강한 사람은 간결하면서도
쉬운 예를 들어 전하고자 하는 말을 뜻을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해시킨다.
빽빽한 회양목 사이를 어렵사리 비집고 올라온
덩굴이 메꽃 한 송이를 활짝 피워냈다.
그 메꽃 위로 키 큰 들풀 한 줄기 고개를 숙여 무지개를 만들었다.
역경을 견디고 기어이 꽃을 피워낸 메꽃을 보면 희망이 떠오르고,
사시사철 푸르른 회양목의 푸르름과 메꽃을 감싼
들풀의 무지개 친절 역시 희망과 꼭 닮았다.
메꽃의 꽃말은 ‘수줍음’이고 회양목의 꽃말은 ‘참고 견뎌냄’이라고 한다.
‘반대였다면 더 자연스러웠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좁고 어두웠을 회양목의 사이를 뚫고 올라온 메꽃의 이미지가
‘참고 견뎌냄’과 좀 더 어울리고,메꽃 위로
살포시 고개를 숙인 들풀을 바라보는 회양목에서
‘수줍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렇게 생각했었다. 며칠을 계속 지켜보았다.
디테일하게 들여다보았더니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메꽃의 수줍은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잠든 밤에는 저도 꽃잎을 접어 잠이 들고,
당신이 깨어나는 아침이면 저도 활짝 깨어난답니다.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저를 깨우는 것이지요”
회양목의 무겁고 낮은 목소리도 뒤이어 들린다.
“당신을 기다릴 수 있도록 저는 하루 종일 메꽃을 들어올리고 있답니다”
콘텐츠가 약한 나는 메꽃과 회양목과 들풀의 희망을
좀 더 간결하고 쉬운 예로 전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 세상에 알려줄 것이라 믿는다.
그런 믿음이 내게는 희망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여전히 수많은 희망들로 가득차 있다.
기다림으로 희망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