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새벽 운동을 하다가 강물 위로 근사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담고 싶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물안개 위로 붉게 떠오른 태양과 강물에 비친 반영이 눈에 들어왔고,
곧이어 부스스 잠에서 깨어난 꽃들에게도 눈길이 갔다.
때마침 꽃들과 태양 사이의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철새 두 마리까지 눈에 보이자 마음이 몹시도 급해졌다.
연신 셔터를 눌러댔으나 막상 갤러리를 확인해보니
어느 사진 한 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확인하는 사진마다 찍고 싶었던 피사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저 일그러진 욕심만이 가득하였다.
물안개만 좀 더 집중해서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강물 속 붉은 태양과 기지개를 켜는 꽃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면 좀 더 근사했을 텐데…
날아가는 철새를 포기했다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사진을 찍었을 텐데…
이런저런 후회의 가장 큰 원인은 욕심이었다.
마음에 담았으면 될 일을 굳이 휴대폰에 보관하고자 했던 마음.
이런저런 풍경을 한 장의 사진에 모두 다 담고 싶었던 마음.
그런 욕심들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전문 영역이 아닌 재미로 찍는 사진이었기에망정이지,
직업으로 하는 영역의 일을 이렇게 처리했다가는
망신당하기 딱 십상일 터였다. 터무니없는 욕심 탓이었다.
냉정과 열정은 하나로 섞일 수 없다. 굳이 섞으려 한다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뜨뜻미지근한 상태가 될 뿐이다.
상황에 맞춰 냉정하거나 또는 열정적으로 자신을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마음에 가득 찬 욕심을 비우는 일에서 시작된다.
욕심 없이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때 냉정과
열정을 가르는 기준을 바로 세울 수 있으며,
기준이 있어야 때로는 냉정할 수도, 또 때로는 열정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있었다면, 나는 좀 더 냉정한 물안개와 태양의 반영,
그리고 좀 더 열정적인 꽃과 철새를 담아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제라도 욕심을 비울 일이다.
때로는 냉정해지고, 때로는 열정적일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