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1장 : 칼잡이 가족(6회)
할아버지의 손주 사랑이 깊어질수록 꼬맹이는 욕심을 키워갔어요. 할아버지의 칼사랑도 꼬맹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요.
꼬맹이는 할아버지가 당신의 손보다 칼을 더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할아버지는 칼날 가까이에는 가지도 말라고 화를 내셨거든요.
할아버지 곁에서 깨달은 것은 칼자루가 멀리 날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 정도예요. 대왕 할아버지께 배운 그 이치가 할아버지와 아빠, 형들 모두에게 기억되고 있는 거죠. 물론 이웃들도 모두 잊지 않고 있어요.
어른들은 사냥을 나갈 때면 나무 칼자루에 슴베를 붙여요. 칼자루를 손에 쥐고 달려가며 목표물을 보고 던져서 정확히 맞히려면 꼭 필요해요.
그런데 꼼꼼하게 하나 하나 헤아리려면 끝이 없어요. 날카로운 칼, 칼자루의 두께와 길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은 거예요.
꼬맹이는 어른들께서 해 주신 말씀을 다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중요한 것은, 좋은 칼날을 만들고 나면 좋은 칼자루를 만드는 데 마음을 써야 한다는 것! 또렷이 기억하고 있어요.
시간은 참을성 없는 어린아이에게 너무도 가혹해요. 그것만 지키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꿈을 살릴 수 있을까 의심할 정도예요. 꼬맹이가 던져 보는 돌멩이는 삼촌들이나 형들처럼 멀리 날아가지 않았어요. 해도 해도 같은 곳에만 떨어지니까 금세 재미를 잃고 말아요.
그렇게 오래 공들여 만든 무기로 어른들은 사냥을 하는 것이었네요. 꼬맹이는 그저 달리기가 빠르고 무기만 가지면 사냥을 할 수 있다고만 믿었는데 아니었어요. 실패한 까닭이 바로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만한 생각이 잘못이었나 봐요.
슴베가 없으니 사냥은커녕 밭에서 풀을 자르기도 힘들었어요. 아빠를 따라 다녀도 풀숲에서 술래잡기 놀이나 하고 마는 걸요. 어른들은, 키가 작아서 풀숲에 머리를 가린 꼬맹이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고 했어요. 꼬맹이는 한낱 어른들의 일을 방해할 뿐이었어요.
꼬맹이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느낀 순간부터 외톨이가 되었어요. 혼자서 놀아 보려고도 했지만, 가족들이 자꾸만 찾아서 안 돼요. 귀찮은 소리에 대답하기 싫다고 잠자코 있어도 안 돼요. 더 큰 일이 나거든요. 어쨌든 그 무시무시한 소리를 멈추게 하려면 대답해야 해요.
다음호부터는 2장 ‘이상한 그릇’으로 7회에 걸쳐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