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래도 되는 겁니까?

입력 : 2019-03-28 18:53:10
수정 : 2019-03-28 18:53:10





▲ 사진제공 파주시민 김모씨

3월 22일(금)은 금촌역 광장에서 안보단체가 주관하는 북한의 서해 도발로 순국한 우리 장병들을 추모하는 ‘제4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서해수호의 날’ 추모식에는 최종환 시장과 보수 측 시의원 2명을 제외한 민주당 측 국회의원, 파주시의회 의장, 도·시의원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24일(일)에는 4월 5일 식목일 행사에 앞서 법원읍 아프리카 봉사단이 주관한 식목행사가 있었다.

또 25일(월)에는 적성면 답곡리에 위치한 적군묘지(북한군)에서 한중평화우호협의회와 한중불교문화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가 주최하는 ‘중국군 전사자 위령 천도제’가 열렸는데 민주당 측 박정 국회의원, 최종환 파주시장, 손배찬 파주시의회 의장, 김경일 경기도의원 박대성·이성철·최유각 파주시의원 등 여러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에는 파주시가 후원도 했다.

1, 2묘역으로 나뉜 적군묘지는 1구역엔 북한군이, 2묘역엔 중공군(당시)과 북한군 유해가 묻혀 있고 1968년 1.21사태를 도발한 김신조의 124군 부대 무장공비들의 가묘가 있던 곳이다.

1996년 7월 조성된 이곳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적군묘로서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에 유해 송환을 제의했고 그 뒤 589구의 중공군 유해가 중국으로 돌아가 묘비만 남아 있다.

박정 국회의원은 행사후 페이스북에 “오늘 오후에는 ‘적군묘지, 제3차 전사자 위령 천도제’에 참석하여 북한군 전사자의 넋을 기렸습니다. 이념에는 좌우가 있을지언정 생명에는 좌우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곳이 전사자를 추모하고, 한국전쟁을 기억하며, 평화를 다짐하는 뜻 깊은 장소로 조성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올렸다.
 


▲ 3월 22일 서해수호의 날 금촌역 앞 광장 분향소

그런데 ‘서해수호의 날’은 어떤 날인가.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 3대 서해 도발로 인해 아까운 목숨을 잃은 우리 장병들의 넋을 추모하는 날이 아닌가.

이렇게 한심한 일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아무 이유 없이 쏘아댄 포탄에 자식을 잃고 이념을 달리하는 비인간적인 나라의 만행으로 울분과 피를 터뜨리며 산화한 우리 국군의 혼령과 가족은 누가 위로할 것인가.   

구명 뚫린 국가 안보 때문에 목숨을 잃은 장병과 영화에서나 봄직한 전장의 참혹함이 현실이라는 상상을 했더라면 아무리 너그러움에 객관성을 쏟아 부어도 소위 줄 서기하는 정치꾼들의 행태는 용서 받지 못할 일이다.  

소위 파주의 정치꾼들은 대한민국 국군의 희생을 추모하고 기념하는 자리에는 어떤 이유에선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우리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댄 전사자들 앞에서는 눈을 감고 고개 숙여 그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념에는 좌우가 있을지언정 생명에는 좌우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서해 장병들을 우롱하는 것처럼 들린다.

또 법원읍 소재 아프리카 봉사단이 추관한 행사에는 아프리카 가나 대사가 온다니까 파주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이 지역 시의원들이 모두 총 출동해 기념식수를 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법원읍에는 약 600여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중 10%정도는 공식 불법체류자도 아니고 애매모호한 난민비자 같은 것으로 법원읍 관내 기업에서 종사하고 있다.

복수의 지역 주민들은 이들을 불법체류자들로 인식하고 있다. 법원읍 주민 A씨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파주시장이 이날 식목행사에 참여함으로써 마치 이들을 공식적인 체류자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냈다.

주민의 우려는 드러나는 일이지만, 행사에 참석한 파주시 정치인들의 입장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니 그 속내를 알 길이 없다. 

준 전시 상태였던 서해 폭침을 기억하자. 또 서해수호의 날 추모식을 생각해 보자. 적국의 위령제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외국 대사가 온다니까 줄을 서서 삽질한 정치인들, 그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역시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뻔뻔함으로 둘러야 목숨을 부지하는 귀한직업이다.    

 김영중 기자stjun01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