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우정으로 지역 환경 되살린다

운정 가람마을 5, 6, 7단지 주민들 텃밭 모임 ‘가친회’

입력 : 2015-09-02 18:43:03
수정 : 2015-09-02 18:43:03


가친회 사공성회장


텃밭 우정으로 지역 환경 되살린다
운정 가람마을 5, 6, 7단지 주민들 텃밭 모임 ‘가친회’
텃밭 사용 불허하는 LH, 선의로 봐줘야...

운정 신도시가 새로운 보금자리로 각광을 받으면서 이 일대 아파트촌으로 몰려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지역 환경 보전은 물론 환경지킴이 역할까지 해내는 친목 단체가 지역 주민들로부터 잔잔한 칭송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운정지역 가람마을 7단지는 지난 2013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이후 공실률 0으로 만들면서 호평의 대상이 된 이후로 지난해까지 이웃 5-6단지가 잇따라 입주를 마친 상태.

그러나 5,6,7단지를 이웃하는 미분양 택지조성 공한지가 폐허로 남으면서 온갖 생활쓰레기 오물 각종 폐기물 무단 투척에다 우거진 수풀 사이로 각종 동물들의 서식지로 전락하면서 자칫 환경오염지구로 전락할 위기에 있던 이 지역이 텃밭문화공간으로 되살아난 것은 ‘가람마을 친구들’(약칭 가람회)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이 지역 주민들의 중론이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왔을 땐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어요. 아파트 건너편 공한지에 나가면 양식없는 사람들이 갖다 버린 음식물 찌꺼기에서부터 생활쓰레기, 폐기물들이 엉켜서 악취가 진동을 했습니다.”

가친회의 최고령 회원이자 이 모임의 고문인 이기영씨(73)는 당시를 이렇게 떠올리면서, 생각이 같고 뜻이 같은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텃밭 조성을 하면 이런 폐단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이라고 믿고 광활하던 인근 공한지를 손수 개간하기 시작했단다.

폐기물은 모아다가 한쪽에 두고, 우거진 잡초들은 모조리 뽑아서 거름으로 만들었다. 묻혀있던 땅을 걷어내서 텃밭으로 만들고 폭우가 내리면 온갖 벌레와 기생충이 우글대는 정글이 될 뻔했던 웅덩이도 모두 정지작업을 하고 배수로를 만들어 물이 고이지 않게 했다.

지저분한 음식물과 오물 썩는 냄새를 제거하고 그곳에다 옥수수를 심고 야채밭을 만들었다. 2년이 넘은 지금은 마치 농지 구획 정리를 해놓은 듯이 말끔하게 텃밭 공원화 되었다.

가친회를 이끌고 있는 사공성(63 원안 사진)회장은 “좋은 뜻을 가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어울려 만든 친목회인데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환경감시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면서 이들 10명의 회원들 모두가 사회 각계에서 저마다 내로라 하는 전문가 집단의 일원들이라고 소개했다.

환경 가꾸는 일 뿐만 아니라 지은 농작물은 이웃들과 나누면서 전원의 소박한 즐거움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이지만 일부 지역민은 아예 거대한 농장을 만들어 운영하는 바람에 자칫 이런 순수한 모임의 이미지를 흩트리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공한지의 주인인 LH공사가 이런 주민들의 순수한 선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텃밭 사용을 불허하는 입장이어서 주민들과 잦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서울시나 다른 지자체에서도 텃밭 장려운동을 펼치고 있고 실제로 텃밭 문화조성 운동은 날로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LH공사는 언제 시공이 될 지도 모를 공한지대를 방치한 채 황폐화시키고 있는 마당에 주민들의 이같은 자발적 환경 운동은 오히려 장려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이곳 신도시 주민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 지역에 어떤 형태의 건축이라도 시작되면 언제든지 텃밭을 철수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사공성 가친회 회장은 말한다.

그는 “텃밭 모임의 범주를 벗어나 이 지역 환경지킴이 역할과 주민 화합을 이루는 아름다운 전원마을 사람들의 친목회로 존립될 것”이라며 뜻을 같이 하는 주민들은 언제든 입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영중 기자 stjun01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