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나루터의 재발견과 평화의 가능성③

다시 쓰는 강변의 미래

입력 : 2025-10-21 17:37:19
수정 : 2025-10-21 17:38:49

문산읍 임진리 임진나루터 옛터 전경 사진/파주시 제공

[파주시대 김명익 객원기자]= DMZ 일대의 옛 나루터, 생태적 보고이자 평화의 상징파주 임진강과 한강 변의 나루터들은 시대의 변화와 분단이라는 거대한 풍랑을 맞아 그 기능을 상실한 채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새로운 가치가 발견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평화와 생태, 역사 문화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연재에서는 사라져가는 나루터 문화의 보존 방안과 DMZ 일대 옛 나루터를 활용한 미래의 가능성을 엿본다.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서 DMZ 일대, 특히 옛 나루터가 있던 강변 지역은 천연의 생태계가 완벽하게 보존된 생물 다양성의 보고가 됐다. 임진강에는 희귀 곤충, 멸종위기의 양서류와 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조류와 포유류, 39종의 담수어가 살고 있으며, 110여 종의 특산 식물이 자란다. 이는 개발보다 보존의 가치를 재조명하게 한다.임진강 나루터들은 더 이상 단절의 공간이 아닌, 남북이 함께 보존하고 가꿀 수 있는 평화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루터 복원 및 생태 탐방로 조성 사업은 단순한 관광 개발을 넘어 한반도 평화의 상징적 가치를 지닌다. 

옛 나루터의 현대적 재해석과 활용 사례두지나루에서 과거 나룻배가 오갔던 모습을 복원한 황포돛배를 이용한 유람선 투어가 운행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 투어는 단순한 유람을 넘어 임진강의 역사와 생태를 동시에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안전한 관광으로 역사 현장을 방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랑포에는 ‘연천 고랑포구 역사공원’이 조성되어 과거의 번화했던 포구의 모습을 AR/VR 기술로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됐다. 인근 습지와 강변은 생태 학습장으로 활용되어 학생들과 관광객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임진나루 진서문 발굴 현장 사진/파주시 제공

◆ 임진나루, 거북선 그리고 진서문 발굴과 복원 과제

임진나루는 도성 방어에 중요한 군사요충지로, 고려시대부터 역사 기록이 전해져 오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413년(태종 13년) 2월, ‘태종이 탕목(湯木·목욕) 행차를 세자인 양녕대군과 함께 가면서 임진도(임진나루)를 지나다, 거북선과 왜선이 서로 공격하는 훈련 상황을 지켜보았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임진진(臨津陣)은 조선 선조 때보다 180년이나 앞선 태종 때, 조선 최초의 거북선이 훈련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임진강 거북선 훈련장이었다. 그런 임진나루가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서울을 버리고 급히 도강하던 애증의 나루터이기도 하다. 선조가 파주 임진나루에 닿았을 때는 칠흑 같은 밤이었다. 

강을 건너기엔 너무 어두워 어려움을 겪자, 임진강변의 승정(丞亭·나루터 관리청사) 건물을 헐어 불을 피웠다. 천신만고 끝에 임진나루를 건너자, 파주 목사와 장단 부사가 음식을 준비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굶었던 호위병들이 임금에게 바칠 수라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고 한다. 

또한, 임금의 총애를 받던 사관들은 피란길에 사초 책을 불구덩이에 넣은 뒤 도망쳤다. 임금의 피란길을 끝까지 수행한 자는 어의 허준을 비롯해 17명에 불과했다. 하기야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갔는데 어떤 신하가 임금을 지키겠는가? 

임진왜란 당시 소실됐다가 영조 31년(1755년)에 성문과 성벽을 쌓아 복구하고 현판을 ‘임벽루 진서문’이라 했다는 조성 기록이 나온다. 진서문은 웅장한 월단과 문루를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또다시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임진나루터를, 2019년 파주시에서 발굴 조사를 펼쳤다. 임진나루의 출입문이었던 진서문(鎭西門) 터의 기초석을 발견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에는 나루터와 진서문을 복원해 관광 자원화를 계획하였으나, 예산 확보 어려움으로, 추후를 기약하고 발굴지를 다시 흙으로 되덮었다.

임진강 거북선 복원도, 측면 사진/파주시 제공

또한, 파주시는 임진강 거북선 복원을 위해 2021년 말,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철저한 고증을 받아 실시설계 용역을 완료했다. ‘조선 초기 임진강 거북선은 60여 명이 승선하는, 2층 구조의 특수 군선으로  수도방위를 위해 임진강 등에 배치됐다. 

외부는 판자로 장갑하고 못과 칼을 꽂아 적의 등선을 막았고, 활을 쏠 수 있는 외부 구조를 갖추고 화통과 화전류 등 기본 화기류를 발사했으며, 충돌에 대비해 선체를 견고하게 만들었다’라는 고증과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우선 증강현실(AR) 콘텐츠를 비롯해 메타버스, 프로젝션 맵핑 등의 방법을 통해 임진강 거북선이 파주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자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이후 임진강 거북선 실물을 복원 건조해 임진진 주변 임진강에 띄워 ‘역사적 기념물’로 전시하는 방안을 수립했으며, 현재는 임진각에 모형이 전시돼 있다.(중앙일보 2022.2.22. 기사인용) 

그러나 2025년 현재, 진서문 및 성곽과 거북선 복원하는 사업, 모두 보류된 상태이다. 이는 역사 유적 보존과 활용이 안고 있는 현실적 과제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기술의 활용,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디지털 가교증강현실(AR)을 활용한 가상 재현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옛 나루터의 모습을 실제 현장에서 Overlaying 해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를 적용하면, 현재는 사라진 옛 풍경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석나루처럼 민간인 접근이 통제되는 지역도 가상으로나마 그 옛 영화를 느낄 수 있다.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은 ‘경기도 물길이야기’와 같은 공식 자료와 지역 주민의 구술 역사, 옛 사진과 지도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종합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연구 자료로서뿐만 아니라 교육 및 관광 콘텐츠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언과 과제나루터 일대의 개발은 ‘보존을 통한 활용’의 원칙이 중요하다.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생태 관광(Eco-tourism)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나루터의 역사와 문화는 결국 그 땅을 지켜온 지역 주민의 기억과 이야기가 핵심이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 주도형 관광 사업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파주시를 포함한 언론 및 사회단체들은 임진강을 사이에 둔 남북의 나루터들을 연결하는 생태·문화·평화 탐방로를 조성하는 비전을 품어야 한다. 이는 한반도 평화 정착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임진강 거북선 복원도, 상부 사진/파주시 제공

◆ 다시 띄우는 나룻배, 이어가는 희망

파주 나루터의 이야기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물길을 따라 흘렀던 역사의 시간은 이제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향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유유자적 움직이는 황포돛배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는 오늘날의 여행자들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과거의 아픔을 안고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동행자이다.

사라진 나루터의 흔적을 찾아가는 일은 막연한 그리움이 아닌, 우리 역사의 뿌리를 되새기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파주의 옛 나루터들은 이제 침묵 대신 평화의 메아리로, 단절을 대신한 이음의 다리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 아카이브(Digital archive) : 각종 정보나 지적 자원을 디지털 정보로 바꾸어 보관하는 데이터베이스의 일종. 항구적인 보존과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참고자료 : 경기도 물길이야기-나루터 포구현황II / 경기도 2008 경기도 장시와 포구 / 경기문화재단 2018

pajusida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