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내 비지정 문화재 현황조사 필요하다

조선 숙종 문신 윤세기(尹世紀) 일가 묘 잔존

입력 : 2022-01-03 23:56:44
수정 : 2022-01-03 23:56:44



[파주시대 김영중기자]= 장단면 내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 지역)에 비지정 문화재가 적지 않게 존재해 해당 지자체의 현황조사와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주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장단에 있는 비지정문화재는 그동안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방문화재연구원에서 몇 차례 조사가 이뤄졌지만 2000년 전후한 시기에 이뤄져 전래가 되지 않은 것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이서장군선정비, 정자리 태실이다. 당시는 지역명과 고도 등으로 표시를 하다보니 세월이 경과한 후 다시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018년 향토문화연구소에서 이것을 다시 찾아 좌표를 만들어 놓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생거파주(生居坡州), 사거장단(死去長瑞)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장단에는 이름난 선비들의 무덤이 잘 남아 있다. 

일단 DMZ 일대의 조사는 미루더라도 민통선 내에 잔존해 있는 무덤들에 대한 현황파악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오가기 어려우면 원래 위치에서 이장을 하고, 짐승들에 의해 훼손돼 묘는 파헤쳐지고 석물은 도괴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중 해평 윤씨 묘역이 있다. 조선 숙종 때의 문신인 윤세기(尹世紀)와 그의 아들 윤식(尹 混), 윤식의 아들 윤득경(尹得敬)의 묘가 모두 배위(配位)와 함께 이곳에 있다. 

묘역은 옛 읍내리 남쪽 낮은 구릉 말단에 윤세기, 윤식의 묘가 있고 이곳에서 서북쪽 lOOm 지점 야산 기슭에 윤경의 묘가 위치한다. 

윤세기는 해평윤문으로 숙종 때 병조판서에 이른 인물이며 묘역내 집안 일족의 여러 묘가 이곳에 있다. 

묘표석에는 ‘조선국 병조판서 윤공세기지묘’로 적혀 있으며 문인석과 망주석, 혼유석, 상석, 향로석이 함께 놓여 있다. 

특히 문인석은 금관조복을 입었으며 전면 가슴 아래는 패슬을 달고 후면에는 후수를 달고 있어 장식적인 효과를 잘 나타내고 있다. 

윤세기의 신도비는 3m에 달해 그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외형은 지붕이 있는 가첨석의 형태며 처마는 영정조때 유행한 단촐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특히 정사각형에 가까운 신도비는 많지 않은데 윤세기의 신도비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 신도비의 규모는 225cm이며 대좌(농대석)는 높이 66cm 로 상당히 규모가 큰 편이다. 

신도비명에 의하면, 윤세기가 세상을 떠난 지 몇년 뒤에 아들 윤식(尹湜)이 신도비를 세울 계획을 가져 노론의 대표적인 문장가 김창흡(金昌翕)에게 명(銘)을 청하게 된다. 김창흡은 사양하기를 세 번이나 했지만 결국 신도비명을 짓게 된다.

이 신도비의 비명은 김창흡(1653-1722)이 지은 것이지만 바로 세워지지 못하고 영조17년(1741)년 시호를 효헌(孝憲)이라 받은 뒤 이 신도비를 세우게 된다. 따라서 신도비의 비명 역시 효헌윤공신도비로 이름한다. 

차문성 향토문화연구소장은 “장단에는 비지정 문화재가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사대부 묘 뿐만 아니라 장단향교, 장단도호부, 고려별궁조차 아직 지뢰 미확인 지역으로 분류돼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발굴을 통해 전모를 밝히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황만이라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장단의 유적지도가 만들어질 필요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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