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3릉 능지(陵誌) 논문으로 최우수상 수상한 강근숙 작가

“삶 못지않게 죽음의 의례와 공간 소중히 여겼다”

입력 : 2020-09-22 23:15:11
수정 : 2020-09-22 23:15:11


파주출신 수필가인 강근숙 작가<사진>가 지난해 ‘암각문(巖刻文) 기록하다’ 로 민통선 내 백학산 계곡에 새겨진 ‘암각문’ 발견으로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재발견 해 제34회 전국향토문화공모 특별상 수상에 이어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한 ‘제35회 전국향토문화공모 논문부문’에서 ‘파주삼릉 등록에 나타난 조선시대 능역 조성과 관리에 대한 소고’로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2년 연속 수상의 영애를 안았다.  

강 작가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 2004년 5월, 경기도 문화관광해설사가 돼 파주삼릉(공·순·영릉)에서 해설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 긴 세월 관람객을 만나 해설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모자란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고문서와 역사책을 두루 섭렵하며 역량을 키워 왔다. 

파주에는 4기의 능(陵)과 2기의 원(園)이 있으며, 해마다 한 번씩 옛 방식 그대로 제향을 올린다. 왕실에서 치르는 상례나 장례에 관련된 모든 의식을 통틀어 흉례라 한다. 

왕족의 무덤은 왕실의 위계에 따라 능, 원, 묘로 구분된다. 능은 왕과 왕비, 추존왕과 추존 왕비의 무덤이고, 원은 왕세자나 왕세자빈, 또는 왕의 사친(친부모) 무덤을 말하며, 묘는 정궁(正宮)의 아들·딸인 대군과 공주, 나머지 왕족의 무덤은 묘라 일컫는다. 

왕릉 4기중 하나는 탄현 갈현리에 있는 인조왕릉과 파주3릉이 있다. 강 작가는 예종의 원비 장순왕후의 공릉(恭陵), 성종의 원비 공혜왕후 순릉(順陵), 영조의 맏아들 진종과 효순왕후의 영릉(永陵)(사적 제 205호)이 있는데, 유독 영릉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논문 대부분이 영릉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다고 밝혔다.

논문의 주제는 3·4백 년 전 능참봉이 기록한 파주삼릉 능지(陵誌)를 해석하는 일이다. 

복사본 능지와 자료는 꽤 많았고, 능참봉의 글씨체도 각각 달랐다. 해서(楷書)로 단정하게 쓴 것도 있고, 행·초서(行草書)로 흘려 쓴 글씨를 처음에는 아무리 꿰맞춰도 도통 알아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글을 쓰면서 수시로 파주삼릉을 찾으며 자료를 손에 들고 당시의 능참봉이 돼 능역을 걸어보기도 했다. 십수 년 삼릉에서 해설 활동을 했지만, 능지를 탐독하고 바라보는 능역은 예전과는 달랐다고 한다.

강 작가는 “왕릉은 살아있는 역사책이다. 글로써 다스린 나라 조선은 왕실의 규범과 궁중의 모든 행사를 기록하여 격조 높은 문화유산을 남겼다”라며 “나라의 주권을 잃은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능을 수호하며, 제례의식을 거행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삶 못지않게 죽음의 의례와 공간을 소중히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조선왕릉은 세계문화유산 아니던가. 긴 세월 공·순·영릉 역사를 자세하게 기록한 능지 또한 소중한 실록이요 기록유산이라 강조한 강 작가는 3릉을 연구하면서 왕세자를 모시는 장례절차를 일일이 따라다니듯, 준비 과정부터 묘역 조성까지의 날짜를 그대로 적었다. 

자료가 워낙 많아 요점만을 간추렸고, 그 상황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본문의 일부를 실었다. 우리글로 풀어쓰려고 애를 썼지만, 한글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단어와 이름은 원문과 비교해가며 한자를 적었다고 밝혔다. 

강근숙 작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논문부문에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아마도 우리고장 문화유산을 사랑하며 끝없이 노력한 결과라 생각한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직지, 세계 언어학자들이 부러워하는 한글, 최첨단 메모리반도체라는 3대 걸작품을 보유한 우리민족은 위대한 문화민족임을 자부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편 강 작가는 파주출생으로 2016년 제31회 전국향토문화 수기부문 우수상과 2019년 제34회 전국향토문화 연구실적부문 특별상에 이어 제35회 전국향토문화공모 논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영중 기자 stjun01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