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을 뛰어넘은 “남북 작가들의 공동 예술품”

‘예술품’ 국내 첫 모자이크 성당

입력 : 2013-07-01 23:07:10
수정 : 2013-07-01 23:07:10



건축물은 그 시대의 과학과 문화가 함께 만들어놓은 종합예술품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숨쉬고 교감하고 이야기가 탄생한다.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수없이 지어지는 단순한 건축물들이 많지만 남북한의 작가들이 합작으로 이뤄낸 전통양식 작품으로 지어진 탄현면 성동리 645번지에 건립된 ‘참회와 속죄의 성당’을 들여다봤다.

정전 60년을 맞아 건립된 참회와 속죄의 성당 특징 가운데, 첫째는 모자이크 작품들이다. 국내 첫 모자이크 성당이라 할 제대 위의 작품은 북한 최고의 기량을 갖춘 평양 만수대 창작사의 공훈작가들이 40일간 밤잠을 설치며 제작했다. 모자이크 밑그림은 서울대교구의 이콘(성화)연구소에서 러시아의 성당 모자이크를 참조해 그려 보내 인터넷으로 작업 현황을 매일 확인하며 수정, 보완해 나갔다. 둘째는 이콘이다. 십자가를 중심으로 한 12사도와 신자석의 14처는 이콘 연구소에서 회원들이 5년여에 걸쳐 초세기 교회 미술의 전통기법으로 제작됐다. 셋째는 스테인드글라스이다. 건물 전체적인 형태가 한옥에서 따온 만큼 이에 걸맞은 색과 디자인으로 구성됐고 전통적 색감을 나타내기 위해 원색의 강렬한 색보다는 파스텔풍의 부드러운 색감, 현관 출입구의 전통 조각보 모티브와 색감이 백미다. 작업은 최영심 작가와 왜관의 베네딕도 수도원 유리공예실이 담당했다.
 
*건축 컨셉
성당의 외형은 전통한식과 양식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기와식의 지붕과 2층 구조의 적벽돌이 특징이며, 문양 거푸집과 문살 등이 모두 한식마감처리 됐다. 외형은 과거 평안북도 신의주의 진사동 성당을, 성전 내부는 함경남도 덕원에 있던 성 베네딕도 수도원의 대성당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는 북한의 교회가 과거의 모습만이 아닌 현재에도 그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있으며, 남북 교회의 연계성이 이어짐을 강조했다. 설계는 미국과 독일에 있는 메리놀 센터에 보관중인 사진을 확보해 1930년대 당시 벽돌 크기를 감안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복원했다.
 
*모자이크
국내 첫 모자이크로 제작된 성당은 북한 최고의 기량을 갖춘 평양 ‘만수대 창작사’의 벽화창작단 공훈작가 7명이 중국 단둥에서 40일간 밤잠을 설치며 제작했다. 제단 위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 및 남북 대표성인 8위’의 모자이크 벽화는 예수를 중심으로 오른쪽 유정률(베드로 평양) 정하상(바오로) 김대건(안드레아), 유대철(베드로) 성인을, 왼쪽에는 우세영(알렉시오 황해도) 고순이(바르바라 황해도) 김효주(아녜스) 김효임(골룸바) 성인을 각각 배치했다. 현실적으로 그들이 한국에 올 수 없어 파주 현장에서의 부착작업은 남한의 미술가들이 6개월여에 걸쳐 이뤄냈다. 재료는 원산유리공장으로 부터 공급받아 성당외부 전면부, 성당 내부 주 출입구와 상부, 제단 위의 압시대, 제대 앞 어린양, 감실대와 오병이어, 영원한 도움의 성모상과 예수성심상 배경, 십자가 아치, 성모와 사도들의 문장상징물 등에 쓰였다.  
 


*이콘(성화)
성당의 모든 이콘작품은 서울 이콘 연구소의 회원들 작품으로 4cm 이상의 자작나무 판에 회반죽을 올리고 전통적 기법으로 만들었다. 십자에 달리신 예수를 중심으로 그 좌우에 12사도들과 성인들이 둘러 서 있는 형태로 희랍어로 데이시스(행렬)라 하고, 간원과 간청의 의견을 담고 있다. 14처는 이콘 작품과 함께 한식 창호로 테두리를 두르고 각 처를 나타내는 숫자를 한글로 나타냈다. 성당 뒤편의 예수부활 작품은 예수께서 죽음과 지옥의 문을 부수고 금빛옷을 입고 부활해 좌우 손으로 각기 아담과 하와를 잡아 일으키는 작품이며, 그 뒤에는 다윗과 솔로몬, 그리고 세례자 요한을 그려 넣었다. 이는 불가능하다는 인간의 사고를 뛰어넘어 부활했듯이 불가능해 보이는 북한 교회의 부활도 주님에 의해서는 가능하다는 믿음과 희망을 나타낸 것이다. 이콘에 사용된 안료는 천연 흙과 돌로 중국과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정승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