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의 명명 및 개명절차 지역사회 신중한 합의 필요

문산(汶山) 한자 지명 ‘글뫼’ 문산(文山)으로 변경

입력 : 2014-06-26 18:20:27
수정 : 2014-06-26 18:20:27

문산(汶山) 한자 지명 ‘글뫼’ 문산(文山)으로 변경
일제강점기 왜곡된 지명 곡릉천(曲陵川)→공릉천(恭陵川)으로
지명의 명명 및 개명절차 지역사회 신중한 합의 필요




<파주시대>이윤희 객원기자=
‘문산’ 한자 지명이 「汶山」에서 ‘글뫼’를 뜻하는「文山」으로 변경된다.
파주시 지명위원회는 6월 20일  ‘문산’의 한자 지명 변경을 전원 찬성으로 의결하고 고시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사용되던 한자 「汶山」에서 「汶」자는 ‘더럽다’, ‘불결하다’라는 뜻이 있어 문산읍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한자 지명 변경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물을 뜻하는 삼수변이 있는 「汶」자에는 ‘물 이름’, ‘내 이름’이라는 물과 연관된 뜻이 있어 1990년대에 심각한 수해를 겪었던 문산읍 주민들은 삼수변이 없는 「文」자를 사용하기를 희망해 왔다.

문산읍은 1899년 조선 광무3년 「칠정면(七井面)」으로 칭해졌고, 1914년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으로 「임진면(臨津面)」으로 개칭됐다가 1973년 7월 1일 대통령령으로 「문산읍(汶山邑)」으로 변경되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용되어 온 「汶山」이란 한자 지명 이전에 「文山」이란 한자 지명은 조선시대부터 쓰여진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현재 확인된 가장 오래된「文山」 한자 지명은 1829년에 간행된 <조선왕조실록(순조실록)>과 <비변사등록>에 ‘文山浦(문산포)’라는 명칭으로 기록돼 있다.

또한, 1861년 제작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文山浦’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汶山」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한것은 1885년 개항기 외교자료에 나타나 있으며 이후 1909년까지 「汶」과「文」이 병행되어 사용되다가 1910년부터는 「汶山」이라는 명칭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에는 일제가 왜곡시킨 곡릉천(曲陵川) 명칭이 본래의 이름인 공릉천(恭陵川)으로 명칭 변경이 이뤄졌다.

당시 파주시는 일제시기에 왜곡된 곡릉천(曲陵川) 명칭을 본래의 공릉천(恭陵川)으로 명칭 변경해 줄것을 중앙정부인 국토해양부에 건의해 지난 2008년 12월 15일 중앙하천관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당시 곡릉천 명칭은 일제강점기때 명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정8년(1920년)에 조선총독부에서 제작된 <高陽 測圖>에 고양~파주 구간에 흐르는 하천명을 <곡릉천(曲陵川)>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1920년대 이전의 고지도(古地圖)에는 고양구간의 하천은 심천(深川), 파주 조리구간의 하천명은 봉일천(奉日川), 또는 공릉천(恭陵川)으로 표기되어 있다.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중인 조선 영조때인 1750년대 초에 간행된 <해동지도>에는 <공릉천(恭陵川)>으로 표기돼 있으며 19세기 전반에 제작된 중국지도인 <광여도(廣輿圖)>상의 <交河縣>구역도에도 <공릉하류(恭陵下流)>라는 표기가 있어 역시 <공릉천>으로 불려졌음을 알 수 있다.

1872년에 간행된 지방지도 <파주도>에는 공릉천 표기 대신 현재의 조리읍 소재지 지명인<봉일천(奉日川)>으로 표기하고 있다.

즉 최근까지 불려졌던 국가하천 곡릉천 명칭은 일제시기 지도에서만 확인되고 있어 일제에 의한 지명이 왜곡됐음이 확인됐다.

이밖에도 1936년 4월 9일자 <동아일보>에 ‘공릉천제방축조(恭陵川堤防築造)’ 기사가 확인되고 있다. <문산>발 기사의 제목은 '六萬餘圓 工費로 恭陵川 堤防築造'라 하고 소제목으로 '철도국 공사와 아울러 道 직영으로 착공이 멀지 않았다.' 고 보도하고 있다.

기사 내용은 구체적으로 '매년 하절기면 공릉천이 범람해 봉일천장의 피해가 심해 철도국 공사와 아울러 제방 축조를 하게 되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근거자료를 통해서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교하 오도리를 거쳐 서해로 흘러드는 국가하천 곡릉천(曲陵川) 명칭이 일제강점기에 왜곡된 것이 확실하게 밝혀졌다.

이처럼 잘못 표기되거나 왜곡된 지명에 대한 바로잡기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명명되는 지명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신중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7년 파주시 지명위원회에서 의결 명명되었던 운정신도시내 호수공원의 명칭은 ‘가온호수공원’이었다. 그러나 파주시 지명위원회는 2012년 가온호수공원을 운정호수공원으로 개명 의결했다.

그런데 2010년 파주교육지원청 교명위원회에서는 파주시 지명위원회에서 명명된 가온호수공원을 기초로 호수 앞 신설초등학교의 교명을 가온초등학교로 명명했다. 즉 2011년 3월 1일 개교한 가온초등학교의 명명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문산의 한자 지명 변경의 경우도 현재 문산(汶山) 한자 지명을 사용해오고 있는 학교측을 감안할때 교육청 소관의 교명위원회간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파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명의 경우 한글 교명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부 학교의 경우 한자교명의 도안을 현실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시 지명위원회와 교육청 교명위원회간 협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명은 인간생활사에 있어 서로간 소통의 기준이 되며 생활의 편리성을 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매개 이다. 또한 지명은 지역사회 내에서 서로가 합의한 약속이며 기준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역사회내에서 지명의 명명과 개명절차에 대해 지역사회의 신중한 합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