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총평 원장
프란치스코의 집
희망은 낮은 곳에서 시작됩니다!
두 다리 없는 장애인이 장애인들 돌봄...
파주시 탄현면 축현리 외진 마을 안쪽에 프란치스코의 집이 있다. 이곳의 원장 우총평(세례명 프란치스코)씨는 지적장애인 3명, 지체장애인 2명, 그리고 이집의 모든 살림살이를 맡은 강성아 봉사자, 모두 7명의 공동생활체의 원장이다.
우총평 원장은 35년 전 버거씨 병으로 두 다리를 잃고 휠체어 생활을 시작하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과 버려져 갈곳없는 장애인들을 하나, 둘씩 거둬 돌봐주는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버거씨병’은 병명도 낯설고 완전한 치료방법 조차 알 수 없었던 시절 마침내 두 다리는 발목부터 자르기 시작해서 대퇴부에 이르도록 7번의 수술로 잘려나갔다.
이로 인해 가족과의 불행도 시작됐다.. 두 다리 잘린 남편을 아내는 딸아이와 떠나갔다. 이후 홀로 버려진 우총평에게는 기적 같은 인생이 시작된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정신지체 장애인과 불우노인과의 우연한 마주침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인생의 시작이다. 우총평은 정신지체 장애인과 불우노인의 생계를 위해 구걸과 장사를 시작했다.
움막집에서 이들 두 명과 생활 하던 중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우총평씨를 찾아와 자신들도 거둬 발라며 부탁을 했다.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우총평은 깊은 고민하게 됐다.
탄현면 축현리에 위치한 프란치스코의 집 시설 원생들과 기념사진
두 다리도 없는 내가 저들을 어찌 보살필 수 있을 것인가? 당장 먹을 양식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형편에 내가 어떻게 저 많은 이들을 돌봐줄 수 있을까?
잠자리도 비좁고 변변치 않은 이불이며, 가재도구 등 모든게 부족하고 힘든 상황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다가는 겨울에 얼어 죽거나 굶어죽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나가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굶어도 좋으니 같이 생활하자는 것이었다.
우총평은 이들을 재차 설득했지만 매일 배고픔과 노숙으로 사회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아온 이들에게 우총평의 단칸방은 천국같은 보금자리였던 것이었다. 결국 이런 불쌍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한 그는 더 많은 구걸과 장사에 나서게 됐다.
자신이 사회로부터 보호 받아야 할 중증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거지대장이 됐다.
이렇게 운명과도 같은 우총평 원장의 장애인 돌봄 생활이 전개된다. 애기치 못한 장애인들의 행동과 수많은 사고들이 우 원장에게는 무척 힘들고 반복적인 고난의 봉사, 단칸방과 움막생활들의 연속이었다.
구걸과 생활용품을 팔아 겨우겨우 생활하며 푼돈을 모으고 봉사사들의 후원금도 모아 장애시설에 대한 꿈도 키웠다. 가장 낮은 곳에서 희망을 설계하고 절망에서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항상 웃으며 이웃주민들과의 소통도 잘 이루고 이해를 구하고 친근한 시설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주민들이 기피시설로 오해하지 않도록 마을과 주변 청소도 제일 먼저 나서서 하고 쾌적한 시설 만들기에 전념했다.
그 결과 1987년 경기도 하남시에 정박아들과 지체장애인들을 위해 ‘작은 프란치스코네 집’을 설립하고 1989년 제천에 ‘살레시오의 집’을, 1992년에는 제주에 여성장애인만을 위한 ‘살레시오의 집’과 같은 해 경기도 김포에 남성장애인들을 위한 ‘프란치스코네 집’ 등 2001년에는 현재의 파주‘프란치스코네 집’을 설립했다.
우총평 원장은 시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미련 없이 무상기증을 하고 또 맨손으로 새로운 시설에 도전했다.
경기도 하남시의 ‘작은 프란치스코네 집’은 천주교 영보 수녀원에 기증했고, 제천 ‘살레시오의 집’은 천주교 원주교구에, 김포 ‘프란치스코네 집’은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현재 파주‘프란치스코의집’은 의정부교구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우총평 원장의 봉사 삶을 인정하는 수상경력과 방송도 있다. 1991년에는 막사이사이상 후보로 추천된 바 있고, 그 해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1995년에는 실제 이야기가 MBC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제목(주연 이희도)으로 제작 방영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는 제13회 가톨릭사회복지대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두 다리가 없어서 자신은 아무리 추운 한 겨울에도 다리가 시럽지 않고, 날이 궂어도 관절통이 없고 한 여름에는 무좀이 걸릴 일이 전혀 없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는 항시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내 할 수 없었던 고통의 심연속에서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하는 그의 용기와 불굴의 정신은 우리들의 귀감, 바로 그 자체인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명상록 중)
이곳 봉사자 강성아씨는 “어려움 없어요! 모두가 서로 각자 맡은 일들을 잘 하니까요. 단순한 청소부터 정리정돈 이 정도는 잘 합니다”라며 밝게 웃는다.
한편 강성아씨는 제주도에서 은행원으로 근무 하던 중 우총평 원장의 봉사 삶에 감동해 직장을 접고, 20년을 넘게 이곳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우 원장을 거들며 묵묵히 봉사하고 있다.
*버거씨병
버거씨병은 일명 폐쇄성 혈전혈관염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전형적으로 젊은 남성 흡연자에서 잘 발생하는 질병이다. 혈관 폐쇄로 인해 사지 말단이 괴사(세포나 조직의 일부가 죽음) 상태에 빠지거나, 심할 경우 절단까지 초래할 수 있는 혈관 질환이다.
정승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