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에 만성통증이 있는 분들이 수많은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섬유근육통’ 이라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평균적으로 이런 진단을 받게 되기까지 4~5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 진단이 나오면 무언가 해결책이 있을 거라 기대했던 환자분들이 마땅한 치료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더 큰 절망감감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전체 인구의 0.5~5% 정도에서 발병할 만큼 드물지 않은 섬유근육통은 이렇게 진단도 힘들고 고생 끝에 진단이 되어도 명확한 해결책이 없는 게 현실이라 현대 의학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질환 중에 하나이다.
이 챕터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섬유근육통의 원인 및 치료의 방향을 찾는데 자율신경이 중요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린다. 자율신경의 문제 때문에 섬유근육통이 발생한다고 확대해석 하시지 말고, 섬유근육통의 원인 중에 하나로 자율신경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자율신경의 기능이 개선되면 섬유근육통도 호전 될 수 있다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거 같다.
■섬유근육통은 어디에 생긴 통증인가?
‘섬유근육통’ 이 무슨 말일까? 섬유라는 것은 인대나 힘줄 또는 근막이나 결체조직 등의 섬유 조직을 말한다. 조금 더 쉽게 설명드리면 인대는 뼈와 뼈를 연결시켜주는 섬유조직이고 힘줄은 근육을 뼈에 붙여 주는 섬유조직에 해당한다.
그리고 근막이란 근육을 싸고 있는 껍데기나 막을 의미한다. 그래서 섬유근육통의 어휘상 의미는 인대, 힘줄, 근막 등의 섬유와 근육에 발생하는 통증이란 의미이다. 더 쉽게 설명드리면 우리가 갈비를 먹을 때 살코기 말고 하얗게 보이는 질긴 부위를 섬유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우리 몸에는 무수히 많은 인대와 힘줄 및 근육과 근막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섬유근육통은 온 몸이 아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척추나 관절뿐 아니라 내장기관과 신경자체의 통증도 포함하는 광범위한 통증을 의미한다. 신경도 섬유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경자체의 통증도 발생하는 것이다.
섬유근육통이 있는 경우 통증 못지않게 괴로운 증상들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증, 과민성 대장 증후군, 소화불량 및 만성피로 증상들이 있다.
그리고 인지기능장애까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전 챕터에서 말씀드린 브레인포그(brain fog)와 유사한 개념으로, 섬유라는 영어표현인 fibro를 따서 ‘fibro fog’라고 부르는 증상도 있다.
놀랍게도 섬유근육통 환자의 2/3에서 fibro fog 증상이 나타난다고도 한다. 통증과 함께 발생하는 다양한 신경계, 소화기, 순환기 증상은 흡사 자율신경실조증의 증상과 유사하다.
■섬유근육통은 MRI로 진단되나 ?
‘증후군’ 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명확한 원인이 없다는 의미의 두루뭉술한 개념의 질병을 일컫는 용어이다. 섬유근육통 역시 증후군이라는 단어만 안 붙었지 거의 증후군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영상의학검사나 혈액검사로 진단을 할 수 없다. 대신 임상적 증상을 바탕으로 진단하게 된다. 이 또한 자율신경실조증과 상당히 유사하다. 통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친숙한 진단명인 허리 디스크, 협착증, 척추 압박골절, 오십견, 회전근개파열 등은 MRI상 명확한 소견이 있지만 섬유근육통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어깨 질환인 회전근개파열의 경우 회전근개는 섬유조직인데 이 섬유조직이 MRI상에서 끊어져 있으면 회전근개파열이란 진단명이 붙고 관절경으로 꼬매주는 명확한 치료법이 있지만, 이 섬유조직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뻣뻣하고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유발되는데 왜 그런지 딱 부러지는 이유가 없는 경우가 섬유근육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섬유근육통은 특정한 부위 한 두 군데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고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전신통증이 특정인데, 그림에서 보이는 18개의 압통점 중에서 7개 이상에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섬유근육통은 예민하면 잘생기나 ?
일반적으로는 40대 이상의 여성에서 남성보다 호발하고, 가족력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섬유근육통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추신경계에서 통증을 조절하는데 문제가 있어 발병한다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중추신경계가 예민해져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또한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중추신경계에서 세로토닌 대사가 떨어지고 성장호르몬 분비도 감소되어 있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 반응 감소도 원인으로 고려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에서 섬유근육통이 호발 하는 것은 사실이다.
교감신경항진에 대한 이 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신 분이라면 섬유근육통과 자율신경실조증의 발생기전이나 양상이 유사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실제 자율신경계와 섬유근육통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보고가 있는데 간단히 요약해 본다.
섬유근육통과 자율신경의 문제는 말초신경인 교감신경 항진이 지속되다 보면 말초신경의 신호전달을 받는 중추신경계도 긴장되면서 예민해 질 수 밖에 없게 되고 더불어 위장관도 예민해지면서 세로토닌 합성 뿐 아니라 다양한 호르몬 문제가 생기게 되면서 이 모든 증상이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자율신경실조증의 증상 중에 하나가 섬유근육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교감신경항진을 유발하여 자율신경실조증의 원인이 되는 육체적, 정신적, 화학적 스트레스가 결국에는 섬유근육통을 유발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내용일 것이다.
■예민함 이외의 섬유근육통이 잘 생기는 경우는?
예민함 말고 섬유근육통 환자에서 흔히 관찰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자세의 문제다. 좋지 않은 자세의 대명사인 거북목에 새우등 자세는 신경계, 위장관계, 내분비계 및 면역력에까지 영향을 줘서 섬유근육통의 발생과 연관이 많다.
그리고 턱관절이 좋지 않거나 골반이 틀어진 경우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균형이 좋지 않은 자세는 척추밸런스가 깨어지기 때문에 척추 주변의 근육들이 항상 긴장을 하게 되는데 교감신경이 척추의 앞쪽을 따라 주행하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지속적으로 자극될 수 있는 것이다.
말초신경인 교감신경의 긴장은 결국 중추신경계도 예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자세는 섬유근육통의 원인으로도 중요할 수 있고 치료에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실제로 섬유근육통으로 인해 허리 골반 다리의 통증이 있는 분들 중에서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에서 허리 디스크나 협착증이 있다고 시술이나 수술을 받고서도 호전이 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결과론적인 설명이긴 하지만 시술이나 수술을 하는 의사도 충분히 오해를 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치료 결정 시 의사도 환자도 조금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섬유근육통은 발생기전이나 증상 및 치료에 이르기까지 자율신경실조증과 너무나 흡사한 면이 많다. 현재 병의원에서는 소염진통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항경련제 등의 약물 치료를 주로 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환자들은 약을 먹고서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치료나 개선은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섬유근육통 환자분들 중에서 이 책을 보시고 나서 자율신경을 건강하게 하는 치료나 생활습관들을 생활화 해보시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연세오상병원 TEL : 031-939-0070
병원장 : 최재혁(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www.oshos.co.kr/
경기도 파주시 책향기로 830,
월드스퀘어 3,4층(와동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