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종 사진/파주시
[파주시대 김영중 기자]= 2020년 12월에 율곡수목원에 구도장원길이 조성됐다.
구도장원길은 사방이 트이고 구비 도는 임진강 물줄기를 볼 수 있는 전망대에는 장원종을 설치해 청소년과 시민들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특별한 장소로 조성했다. 더불어 율곡 이이의 스토리텔링과 함께 산림치유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율곡수목원이 위치한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산5-1번지 일원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율곡 이이의 본가가 있던 곳으로 그의 생애와 관련이 깊은 곳이다.
율곡 이이는 13세로 진사시에 합격한 이후 아홉 차례의 과거에 모두 장원을 차지해 ‘아홉번 장원급제 한 분’이라는 뜻의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율곡수목원 구도장원길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갖게 하고 충효의 정신과 호연지기를 기르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총 2,700m 거리의 율곡수목원 산책로에 율곡 이이의 생애와 사상 등을 5개 테마로 △나도밤나무 길(800m) 자경문 길(400m) △격몽요결 길(400m) △십만양병 길(400m) △삼현수간 길(700m)로 조성한 이야기길이다.
율곡수목원 내 구절초 숲 명상. 사진/파주시
다음은 5개 테마로 조성한 구도장원길의 설화와 기록을 근거로 이야기를 꾸몄다.
①【나도밤나무길】
율곡 이이가 자라고 학문을 익힌 이 곳(파명면 율곡리)은 밤나무 1,000그루를 심어 호환(虎患)*을 면하게 되었다는 나도밤나무와 호랑이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밤나무가 많다고 해서 ‘율곡리’라고 불리는데 이이의 호 ‘율곡’도 여기서 따온 것이다.
율곡수목원 오름길에서 시작하는 ‘나도밤나무길’로 율곡 이이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나도밤나무 설화
율곡 이이의 아버지인 이원수 공이 늦은 나이에 이이를 낳아 애지중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는 지나가던 도사가 어린 이이의 얼굴을 보고 관상이 좋기는 하지만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사주를 타고났다면서 밤나무 천 그루를 심어야 호환(虎患)*을 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원수 공은 도사의 말대로 뒷산에 밤나무 천 그루를 심어 정성껏 가꾸었다고 한다. 마침내 이이가 스무 살쯤 되었을 때 어떤 사람이 찾아와 이이를 내놓으라고 하자, 이원수 공은 밤나무 천 그루를 심어 정성을 다했다고 하면서 거절하고, 그 사람과 함께 밤나무 수를 세어 보니 한 그루가 모자랐다고 한다.
그때 옆에 있던 나도밤나무가 나서서 자기도 밤나무라고 하니 그 사람은 호랑이로 변해 도망갔다고 한다. 그 후 이이의 본가가 있는 이 마을은 밤나무가 많다고 해 율곡리로 불리게 되었으며, 이이는 호랑이로부터 화를 면하고 훌륭한 인재가 됐다고 한다.
*호환(虎患) : 호랑이에게 당하는 화(禍)
[자료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나도밤나무 설화)
구도장원길 5개 코스 자료/파주시
②【자경문(自警文)길】
‘자경문’은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을 의미해 율곡 이이는 학문에 정진하면서 스스로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11가지 자경문을 지었다.
전망대까지 이어진 이 길을 걸으며 뜻을 세우고 이를 위해 땀 흘려 정진하는 마음으로 나만의 자경문을 지어 보고 정상에서 장원종을 울려 보자.
*율곡 이이 자경문 제11조 용공지효(用功之效)
공부에 힘쓰되 늦추지도 말고 조급해 하지도 말며, 죽은 뒤에야 그만둘 것이니, 만약 그 효과가 빨리 나기를 구한다면 그 또한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다.
③【격몽요결(擊蒙要訣)길】
『격몽요결(보물 제602호)』은 조선 성리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율곡 이이가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쓴 책이다.
‘격몽’은 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운 이를 깨우쳐주는 일을 의미하고, ‘요결’은 중요한 비결을 의미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배우고 깨우쳐야 할 10가지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
10가지 덕목에는 자신의 마음을 세우는 일, 몸가짐을 단속하는 일, 부모를 봉양하는 법, 남을 대접하는 방법 등이 담겨있다. 수 세기를 뛰어넘은 오늘날 이 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우고 이이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④【십만양병(十萬養兵)길】
1583년(선조16) 병조판서로 있던 율곡 이이는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며 일본의 침략에 대비해 10만 명의 군대를 양성할 것을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율곡 이이가 세상을 떠나고 4년 후 1592년(선조25) 일본이 20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조선을 침략하는 임진왜란이 일어난다.
성리학을 바탕으로 조선의 현실을 비판하고 사회 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율곡 이이의 뜻을 기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보자.
⑤【삼현수간(三賢手簡)길】
조선 중기 대표적인 문인이었던 구봉 송익필, 우계 성혼, 율곡 이이 세 사람 사이에 왕래한 편지를 송익필의 아들 송취대가 모아 후대에 엮은 책이 「삼현수간(三賢手簡)」이다.
‘삼현수간’은 현명한 세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라는 뜻이다. 이 서간집은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돼 있으며, 2004년 보물 제 1415호로 지정됐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부터 속 깊은 철학적 담론, 국가를 경영할 방략까지 넓고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세 사람의 친필 글씨가 남아 있어 가치가 크다.
율곡수목원 지우정에서 사계정원까지 만발한 꽃길을 걸으며 우정과 학문의 길을 생각하고 담소를 나눠보자.
율곡수목원 진입로 출처/파주시
한편, 2008년부터 14년 장기간 동안 조성해 온 율곡수목원이 대공사를 완료함에 따라 “시민에게 바칩니다! 코로나시대 대자연의 위로와 희망 이야기” 주제로 오는 6월 4일 수목원 내 방문자센터 주차장에서 정식 개원식을 갖고,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시민에게 대자연의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율곡수목원은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산5-1번지 일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34.15ha(시설부지 10.71ha, 원형보존지 23.44ha) 규모다.
수목원 내에는 방문자센터를 비롯 재배시설, 관리시설, 전시시설, 편익시설 등이 조성돼 있으며, 총 사업비는 148억 원(국 5,000 / 도 895 / 시 8,105 / 특교 800 )이 투입됐다.
특히, 경기북부 관광기반구축을 위해 임진각-화석정-율곡수목원을 이어주는 국도37호선에서 율곡수목원 입구로 직접 연결되는 도로가 조성된다. 현재 인허가 행정절차가 진행중으로 올해 안에 준공될 전망이다.
이도로는 율곡수목원 개원시 교통체증 해소 및 원활한 진출입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도로로, 37번 국도에서 연결되는 수목원까지 길이 413m, 폭 3~11m 도로 및 감속차선이 조성된다.
율곡수목원은 생태학습장, 묘포장, 주차장 등이 있으며, 다양한 식물이 식재돼 사계절이 있는 주제원을 비롯 유아들의 숲체험과 산림교육을 위한 유아숲체험원, 연중 산림치유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치유의 숲으로 다양한 산림문화·휴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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