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달님을 목에 걸고-1
삼촌들은 멀리 사냥을 나갈 때면 언제나 대왕 할아버지의 슴베를 챙겼어요. 먼 곳에는 크고 사나운 짐승이 많으니까요. 몸집이 큰 짐승을 잡으려면 절대로 짐승 가까이 가지 말고, 칼을 던져야 해요. 칼이 멀리 날아가도록 하려면 슴베가 필요하지요.
아빠와 삼촌들을 보면 그렇게 위험한 산길을 하루 종일 다니다 돌아오는 것이 신기해요. 남자로 태어나면 험한 산길도 가야 해요. 그래서 먼길을 떠나는 날에는 사나운 짐승의 뼈로 만든 줄을 목에 걸어요.
꼬맹이도 끝이 좁고 뾰족한 동물뼈를 나발만큼 좋아해요. 끝에 구멍을 내고 줄을 달아 목에 걸면 입으로 불기에도 좋아요. 짐승들하고 비슷하게 소리가 나서 사냥감을 불러 낼 수 있다고 믿게 되거든요.
삐익, 삑, 삐이이익, 빠 빠 빰.
숨을 길게 또는 짧게 불어넣으면서 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하면 짐승들도 귀신같이 알아듣고 모여들어요.
'빠라 빰빰 빠’
꼬맹이는 호흡을 길게 하지 못하는 대신 비슷한 길이의 소리를 반복해요. 그런데 형들과 삼촌들이 일할 때 할아버지가 보고 계시면 꼬맹이의 호흡이 길어져요.
바로 그 순간이에요. 날아가는 새들도 잠시 멈추고 춤을 추는 것처럼 박자에 맞춰 내는 소리가 즐겁게 들렸어요.
"우리 막둥이가 불러 주는 나발소리에 힘이 나는 걸.“
꼬맹이는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칼날을 만들지는 못해도 나발을 불면서 칼날을 만드는 삼촌들과 아빠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