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여성단체협의회장 유춘분
지난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우리 사회는 큰 충격과 동시에 깊은 기대를 품었다.
그로부터 어느덧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오는 2026년 1월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항소심 선고는 단순히 533억 원이라는 돈의 향방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는 우리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거대 자본의 이윤 추구보다 우선시되는 사회인지를 묻는 역사적 심판대가 될 것이다.
● 담배회사는 '은폐된 중독'의 책임을 져야 한다.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매우 충격적인 사실은 담배회사들의 ‘의도된 중독성 유지’이다. 공개된 담배회사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그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니코틴이 중독을 일으키는 핵심 물질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이를 부인해 왔다.
더욱 파렴치한 것은 흡연자가 담배를 끊지 못하도록 니코틴의 흡수 속도를 조절하는 암모니아 등 화학물질을 첨가해 왔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의 기호에 따른 선택'이라는 담배회사의 논리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증명한다.
중독은 선택이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제조물의 결과물이다. 이제 법원은 이 '설계된 중독'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 과학이 증명한 '흡연과 암'의 명확한 연결고리
1심 판결은 흡연과 질병 간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인색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과정에서 제출된 연세대 보건대학원의 최신 역학 연구 데이터는 반박할 수 없는 진실을 가리키고 있다.
특정 암, 특히 소세포 폐암의 98.2%, 후두암의 88%가 흡연에 의해 발생했다는 통계적 수치는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압도적이다.
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담배를 피운 분들이 겪는 고통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담배라는 유해 제품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이다. 과학은 이미 승리를 선언했다. 이제 사법부가 그 과학적 진실에 법적 효력을 부여할 차례이다.
● 연간 4조 원, 담배로 새어 나가는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
우리 지역 사회의 어르신들과 이웃들이 내는 소중한 건강보험료가 담배로 인한 질병 치료에 매년 수조 원씩 투입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수행하고, 최근 국제학술지 ‘랜싯-지역보건’에 게재된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 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1년간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은 무려 41조 원에 달한다.
이 막대한 비용은 결국 국민 모두의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다가온다. 담배회사는 매년 수천억 원의 이익을 가져가면서, 그들이 만든 제품으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은 단 한 푼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수익은 기업이, 고통과 비용은 국민과 국가가' 부담하는 이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로잡는 유일한 길은 이번 소송의 승소뿐이다.
● 세계적 흐름은 이미 '담배 없는 세상'을 향하고 있다.
이미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담배회사의 기망 행위를 인정하고 천문학적인 배상 판결을 내린 전례가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비준국으로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사법적 판단이 절실하다.
담배회사들은 여전히 '법대로 하자'며 시간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법은 교묘한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일 뿐이다. 우리는 이번 재판을 통해 '법은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공공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증명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 맺으며, 사법부의 용기 있는 판결을 기대한다
2026년 1월 15일, 이번 판결은 현재 고통받고 있는 폐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미래 세대에게 '담배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이 되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거대 담배자본의 화려한 변호인단이 내세우는 논리 뒤에 숨겨진 우리 이웃들의 고통을 보아야한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역사에 남을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시길 호소하며 우리 파주시 여성단체협의회는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