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고인돌 이야기-2
대왕 할아버지가 잡아다 준 물고기와 들짐승이 아니면 누구든 배를 불리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꼬맹이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대왕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거라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떠들썩하게 모여들 리가 없을 테니까요.
그래도 조심스럽게 모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려는 모양으로 일찍부터 모여들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꼬맹이는 그렇게 믿었어요. 마을에는 가족을 챙기는 마음이 누구도 따를 수 없을 만큼 참된 사람들만 산다는 것을요. 정말 멋지고 자랑스러운 어른들이에요.
꼬맹이는 대왕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 다녔던 막둥이 손주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바로 위의 형이 마을 친구들을 불러 어디론가 갔어요. 꼬맹이도 형을 부랴부랴 따라갔어요. 누구나 그렇지만, 꼬맹이도 사내 대장부라고 장차 대왕 할아버지를 이을 욕심을 내심 가지고 있었거든요. 마땅히 형들의 뒤를 쫓아가야겠죠. '무거운 짐은 들지 못해도 오래 걸을 수는 있다고.' 형의 걸음을 따라잡으리라 벼르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분위기가 너무 이상했어요. 형들과 삼촌들이 앞다투어 산기슭으로 몰려가서 말없이 바위를 보고 있는 거예요.
아주머니들은 마당에서 바쁘게 나무껍질을 꼬아서 끈을 만들고 있고요. 가락바퀴가 쉼없이 돌아가며 실을 뽑아내더니 실뭉치가 어느덧 굵어졌어요.
꼬맹이한테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어요. 마을에 수십 명이 모였을까요, 수백 명이 모였을까요. 산기슭에 모여 흙을 파고 굄돌(고인돌)을 두 번 굴려서 올라갔어요.
구릉 쪽으로 가서는 돌을 세웠어요. 그리고 두 덩이의 굄돌 주위로 흙을 덮었어요. 시간은 또 얼마나 지났을까요. 어느덧 굄돌이 흙 속에 숨어 버리자 언덕이 생겼어요. 그리고는 평평한 덮개돌이 끈으로 묶였어요. 밤새 누나들이 엮은 끈이었어요.
저렇게 큰 덮개돌이 옮겨지다니 끈이 보통 질기지 않은 것이겠죠. 누나들의 솜씨가 역시 믿을 만해요. 삼촌들은 언덕에 통나무 사이 사이를 비슷하게 띄워 놓고, 그 위로 덮개돌을 끌었어요. 통나무들이 바퀴처럼 굴러가면서 덮개돌을 옮기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