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시간이 지나 조금씩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소 모호해지고
흐릿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목표는 존재한다.
목표를 향해 최단거리를 선택하여 직진으로 가고 있다고 믿었었는데
요즘 들어 그 믿음에 다소 회의적이 되었다.
그렇다고 절망감을 느끼거나 자포자기의 심정은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직진만을 고집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회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스스로 우회를 결정할 수 있다는 건 여전히 목표를 잃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절망이나 자포자기와는 거리가 있다.
설정한 목표에 언젠가 도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설령 도달치 못하고 끝나게 되더라도,
끝나는 그 순간까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항로를 재설정할 수 있다면,
그도 괜찮다 싶은 마음이다.
새벽이면 보게 되는 비행운(飛行雲)이 있다.
직선으로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항로인데 산모퉁이를 돌아서 보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곤 하는 비행운이다.
비행 중에 갑자기 항로를 수정했을 리는 없을 테니
아마도 처음부터 그렇게 설정된 항로였을 것이다.
직선 보다는 곡선의 비행운이 훨씬 더 아름답다.
적어도 일출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운의 궤적은 틀림없이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운전을 해서 어디를 가고자 할 때
최단거리로 이동하기 보다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한적한 길로
조금 우회하는 선택할 때가 종종 있다.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이기도 하다.
‘서두르지 말자.’
‘조급하지 말자.’
돌아봤을 때 나의 궤적이 새벽의 비행운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항로를 재설정했다는 흔적이 궤적으로 남는다면,
그도 괜찮다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