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코스모스'라는 이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주'를 뜻하는 영어 'cosmos'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장식하다'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kosmos'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수많은 작은 씨앗을 한꺼번에 바람에 날려 보내 이듬해에는 주변을 제 세상으로 만드는 코스모스의 번식력을 보면,
'대지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식물'이라는 그 이름의 유래에 절로 고개가 끄떡여질 수밖에 없다.
울긋불긋한 잎에 싸여 있는 20송이 남짓의 작은 꽃송이들이 그 엄청난 번식력의 비결이다.
단 한 송이의 꽃이라 판단한 것은,
사실은 여러개의 꽃을 밑동부터 감싸서 보호하려는 총포(總苞)를 착각한 탓이다.
꽃잎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변형된 줄기의 잎이다.
총포(總苞)는 제 자신이 꽃이라 우기지 않았다.
총포(總苞)는 보는 이들을 현혹하지 않았다.
총포(總苞)를 꽃이라 여긴 건,
단지 보는 이들의 착각이었을 뿐이다.
총포(總苞)는 죄가 없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보이는 대로 규정짓고 싶어 하는 일종의 오만(傲慢)일 수도 있고, 일종의 편견(偏見)일 수도 있다.
코스모스는 대지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 위에 우주를 덧입힌 건 오로지 착각한 자들의 몫일 뿐이다.
코스모스는 말한다.
아름다움은 맘껏 누리돼 오만과 편견은 우주 저 멀리로 날려버리라고.
총포(總苞)는 죄가 없다고.
어느새 코스모스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만큼 가을이 깊어졌다는 얘기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새로운 계절인 겨울이 당도하기 전에,
오만과 편견은 모두 버리고 오로지 겸손과 배려로 마음을 장식하라."
아직은 대지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코스모스의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