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창연 파주시장애인탁구협회 회장
나이가 40이 되면 불혹(不惑)이라고 한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하는 이 말은 공자가 40세에 이르러 직접 체험한 것을 기록한 것으로,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이다. 인생을 40년 쯤 살다보면 사리판단(事理判斷)이 바로 서서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4월20일은 제39회 ‘장애인의 날’이다. 인생에서 말하는 불혹(不惑)의 나이를 한해 앞 둔 39세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장애인의 날은 그 나이에 걸맞게 나이 값을 하는지 돌아봐야 할 때이다.
장애인을 위한 구색 맞추기 시설과 탁상주의 행정
해마다 4월 20일이면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전국에서 진행된다. 특히 지방자치가 시행되면서 ‘누가 누가 잘하나?’는 식의 과도한 보여주기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만약 365일 이런 식으로 장애인을 위한다면, 이미 대한민국은 세계 제일의 복지 선진국이자 장애인의 천국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모든 분야에서 부끄러운 것이 우리의 자화상(自畵像)이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문밖에 나서는 것조차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얼마 전 장애인이 장애인용 택시를 이용하려면 며칠 전에 어렵게 예약해도 그 이용이 쉽지 않다는 뉴스를 접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다른 시·군·구를 넘을 때는 그 지역의 장애인용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택시는 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에도 불편한 일인데, 장애인이 이런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탁상주의 행정의 극치이자 구색 맞추기 행정의 극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저 역시 빠른 적에 익숙해져 조금이라도 느린 것에는 조바심을 내기 일 수이다.
그러나 사회적 제도와 인프라 (infra)는 빠르게 구축하기 보다는 모든 사람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가 우선 되어야 한다. 속도 보다는 안전과 편리함이 먼저라는 것이다.
해마다 ‘장애인의 날’이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해줄 것처럼 약속하고는 364일 장애를 잊고 사는 우리의 현실을 반성해야 한다.
더구나 각종 재해와 질병, 사고로 인해 후천적 장애가 만연한 시대에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 올 일이기 때문이다.
불혹(不惑)의 나이에 걸 맞는 ‘장애인의 날’이 되길!
돌이켜보면 우리의 ‘장애인의 날’의 역사는 그 어느 나라에 비해 짧다고는 할 수 없다.
1981년 유엔이 ‘세계 장애인의 해’로 선언하고 세계 각국에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했다. 우리나라는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4월 20일 ‘재활의 날’을 1981년부터 국가에서 ‘장애인의 날’로 정했다.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은 4월이 1년 중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어서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둔 것이며, 20일은 다수의 기념일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장애인을 생각하고 그분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미흡한 부분이 산재돼 있다.
39살의 ‘장애인의 날’을 보내는 봄! 40살의 불혹(不惑)의 해에 맞이하는 내년 ‘장애인의 날’에는 우리사회가 보다 성숙한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