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근 사무국장
파주시선거관리위원회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접어들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표심을 잡기 위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뛰어다니는 후보자뿐만 아니라, 우리 유권자들 역시 옥석을 가리느라 눈과 귀가 바쁘게 됐다. 후보자 선택의 기준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그간의 우리 선거문화 행태를 보면, 정책이나 공약 보다는 연고나 인물 중심 또는 이미지나 감성적인 호소에 휩쓸려 후보자 선택이 이루어진 면이 강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후보자는 지역감정을 부추기거나 상대후보 흠집 내기, 그리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무분별하게 말만 번지르르한 선거공약을 남발하곤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21세기 초연결사회로 접어든 지금은 과거와 현재의 모든 것들이 기록되는 로그 사회(log society)다. 과거와 현재의 기록(log)이 미래 선택을 좌우하고,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내뱉는 과대포장된 말들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로그 사회에서는 궁극적으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을 호도하려는 거짓말들은 인터넷과 모바일로 촘촘히 짜인 초연결망을 통해 본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유권자는 분노한다. 광화문 촛불집회를 통해 이미 목격하지 않았는가.
이제는 어두운 역사의 반복을 끊도록 하자. 캐릭터나 이미지, 보여주기식 코스프레, 전략적 모호함으로 위장한 그럴싸한 공약들. 냉철하게 파헤쳐서 민낯을 드러나게 해야 한다. 민낯을 보고 판단해서 내 고장 참 일꾼을 선택해야 한다. 이제, 투표소를 향하는 여러분의 선택의 고민을 덜어줄 방책 한가지를 알려드릴까 한다. 바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운동이다.
이제는 많이들 익숙한 용어이긴 하지만, 매니페스토란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후보자가 구체적인 목표·우선순위·이행기간·재원조달방안을 명시하여 제시하는 공약’을 말한다. 아울러 선거 후 당선인은 자신이 제시한 공약을 실천하고, 유권자는 공약 이행상황을 평가하여 다음 선거에서의 지지여부를 결정하자는 운동이다.
요컨대, 매니페스토는 팩트에 대한 검증이다. 선거 때 내뱉은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여부를 검증하고 이행여부에 대해서도 팩트를 체크하는 것이다. 이러면 더 이상 두루뭉술하고 화려하기만 한 공약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매니페스토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첫째, 선거공보 등 후보자 홍보물을 살펴보면 된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에 대한 구체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자.
둘째, 파주시장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6월 7일 오후 8시에 딜라이브 경기케이블 TV에서 방영된다. 빠짐없이 시청하여 후보자의 주장을 들어보자. 네거티브 공방전이나 이미지 광고에 집착하는지, 소신과 진정성을 가지고 공약을 제시하는지 판단할 수 있으리라.
셋째,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가면 후보자의 핵심공약과 선거공보가 게시되어 있어 비교해 볼 수 있다. 재산상황, 병역상황, 세금납부상황, 전과기록 등도 열람할 수 있어 후보자 검증에 매우 유용하다.
매니페스토 라는 말에는 ‘위험 폐기물 관리대장’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즉, ‘위험관리를 위해 스케줄을 명료하게 기술해 놓은 것’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고 보면, 선거라는 것은 위험을 관리하는 집합행위인 셈이다.
대통령 탄핵사태라든가 파주시장 공석인 작금의 상황을 보면, 후보자 검증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매니페스토 운동만이 후보자 검증을 담보할 수 있다. 이번 6. 13. 지방선거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확고히 정착되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
후보자는 이미지나 선심성 공약에 기대지 말고 매니페스토 기준에 입각한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도록 하자. 유권자는 후보선택 기준을 철저하게 공약과 정책 중심으로 바꾸어 보자. 여기에다 후보자들이 평소에 보여 준 인성, 도덕성, 정치철학 등을 가미하여 최종 판단을 한다면, 후회 없는 멋진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