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고인돌 이야기-3
핫, 핫.
힘을 주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렸어요. 묵직한 물건을 끄는 힘이 느껴졌어요. 그리 작지 않은 소리였지만, 경쾌하거나 즐거울 때 내는 소리하고는 달랐어요. 쉬었다가 다시 끌기를 되풀이하는데 간격이 비슷했어요. 구호 소리에 맞춰 다시 덮개돌이 언덕 위로 끌어 올려졌어요.
덮개돌이 언덕 꼭대기에 이른 순간, 형들과 삼촌들은 더 이상 돌을 끌지 않았어요. 그리고 쌓아 올린 흙을 다시 파기 시작했어요.
숨어 있던 굄돌 두 개가 나타났고, 그 위에 덮개돌이 얹힌 채 그대로 있는 거예요. 신기하게도 넘어지지 않고 말이에요. 두 개의 굄돌 안쪽에는 네모난 방이 반듯하게 만들어져 있었어요.
그리고 나서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해가 뜨기를 몇 번씩 되풀이했어요.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그래도 덮개돌은 끄떡없었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들여 세워 놓은 것인데요. 쉽게 무너질 리 없고, 무너져서도 안 되지요.
어느덧 대왕 할아버지는 하얀 나무껍질에 싸여 바위 아래 네모난 방으로 옮겨졌어요. 어른들은 그 방을 ‘무덤방’이라 불렀어요. 마을 어른들이 힘을 모아 대왕 할아버지를 들어서 나무상자 속에 눕혔어요. 나무상자를 '관'이라고 부른대요.
이어서 그 나무관이 굄돌 아래로 옮겨졌어요. 관 곁에는 날카로운 칼도 함께 놓였어요. 그것은 대왕 할아버지에게만 있는 칼인데,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이에요.
대왕 할아버지는 삼촌들과 형들에게 당부하셨대요. "사람한테 칼을 쓰는 사람이 되면 못 쓴다!" 칼은 사람들을 지키려고 쓰여야 한다는 말씀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