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대학교 김창석 교수
우리나라에 건강보험이 도입된 것은 약 40년 전인 1977년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 할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보험료부과체계는 여전히 직장과 지역으로 이원화되어 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송파 세 모녀 사건도 겪었다.
최근, 정부에서는 약 17여 년간 유지해오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국회에 상정, 법안이 통과됐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2018년 7월부터 1단계를 시행하고 4년 뒤인 2022년 7월부터 2단계 개편안이 시행된다. 당초 정부에서는 2024년까지 3단계로 개편하기로 했으나 국회와 협의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2년을 앞당겨 2022년까지 2단계로 개편하기로 했다.
당장 내년 7월부터 그 동안 논란이 많았던 평가소득은 폐지된다. 평가소득 보험료란 성?연령 등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지역가입자 593만 세대에 대하여 월 평균 22,000원 줄게 된다.
현재 내고 있는 보험료 보다 22%가 줄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132만 세대는 변동이 없으며, 32만 세대는 오히려 보험료가 인상된다.
재산보험료도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1단계에서는 세대 구성원의 총 재산 과표 구간에 따라 500만원에서 1200만 원까지 공제되고 2단계에서는 5000만 원까지 공제된다.
자동차 보험료도 현재 15년 미만의 모든 자동차에 부과하였으나 앞으로는 1단계에서 1600cc 이하 소형차는 보험료 부과에서 제외되고 1600cc 초과 3000cc 이하 자동차는 보험료가 30% 경감된다.
이외에도 피부양자 부양요건을 강화해 형제?자매는 원칙적으로 1단계부터 제외하는 것으로 했다. 또한 종합과세소득을 합산한 금액기준을 적용하며, 금액도 3400만원을 초과 시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였다. 재산기준도 강화된다.
직계 존비속도 현행 재산과표 9억을 초과해야 피부양자에서 제외됐으나, 1단계에서 과표 5억000천만 원, 2단계 3억6000만 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에서 제외된다.
한편, 직장가입자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다만, 보수월액 보험료 상한선이 상향되며 소득월액 보험료 부과대상이 확대된다. 1단계는 연 3400만원, 2단계는 2000만원 초과 시 보수월액 이외에 소득월액 보험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이상 국회에서 통과된 정부 개편안을 개략적으로 살펴봤다. 정부와 국회가 논의 과정을 거쳐 합의까지 이루어낸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3단계에서 2단계로 기간이 단축된 것도 고무적이다.
그런데 단계적 개편안이 너무 복잡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여전히 직장과 지역으로 이원화된 것도 변함없다. 2022년에 시행될 2단계 개편안의 핵심인 재산 5000만 원을 공제 후의 보험료를 매기는 것도 너무 복잡하다.
즉 피보험자의 재산에서 5천만 원을 공제하여 이를 보험료 부과요소로 사용함으로써 한 단계 더 계산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도 완전히 제외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이원화된 부과체계를 바탕으로 아무리 단계별로 개편하더라도 땜질식이 될 수밖에 없다. 향후, 이어질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자들은 현재와 똑같이 직장에서 지역으로 다시 가입해야하는 점은 지금과 별반 달라질게 없다.
또한, 은퇴자의 2-3억짜리 아파트에 5000만 원을 공제 하더라도 재산으로 인해 오히려 보험료가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은 지금과 비슷하다.
이번 개편안에서 평가소득을 폐지하고 재산보험료를 축소하는 등 진일보한 점은 인정되나 선진국처럼 소득중심으로 일괄개편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점은 매우 아쉽다.
재산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밖에 없으며 그 비중도 점차 줄이고 있는 추세이다. 일각에서는 재산보험료를 폐지하면 보험재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1단계에서 연간 9789억 원, 2단계에서 2조3100억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피부양자 폐지 및 소득부과 확대로 일부 충당하고 국고지원을 늘리면 된다.
정부에서는 매년 약 7조여 원을 지원하는데 일몰법 적용으로 올해부터 지원을 중단하기로 돼 있었으나, 지난 3월 30일 2단계 부과체계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국고지원은 한시적으로 5년간 더 연장했다.
국고지원을 수시로 땜질식으로 연장할 것이 아니라 영구히 지원하는 것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추가부담을 늘리는 추세이다. “국민의 건강권은 국가의 사회적 책무이다.” 라는 인식하에 정부지원을 적극 늘려야 한다. 그래야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에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담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