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순 칼럼위원(前 임진초등학교 교장)
사람은 각자 자신이 배운 언어 수준으로 환경이나 상황을 해석한다. 자연의 조화가 만들어낸 오색 창연한 단풍철에 딱 맞는 낱말은 ‘소풍’이다. 형제들과 소풍을 갔다. 그곳에서 행락객이 불어주는 하모니카 연주에 귀 호강을 했다.
“단풍잎이 아름다운 산으로 가자 산새들이 노래하는 산으로 가자 맞은편을 향하여 소리 지르면 메아리가 대답하는 산으로 가자.”는 동요이다.
눈과 귀가 협응을 하자 마음이 어린시절의 ‘소풍날’로 달려갔다. 동심의 추억을 살려낸 분께 ‘엄지 척’으로 인사를 했다.
좋은 경치, 맛깔나는 음식을 먹고 저녁에 중국 서진 시대 황보밀(皇甫謐)이 은자들의 삶을 모아 쓴 ‘고사전(高士傳)’에 나오는 이야기를 읽었다. 태평성대를 이룬 성군 요(堯) 임금이 왕좌를 물려줄 인재를 찾은 이야기이다.
자식에게 왕좌를 물려주지 않고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할 적임자를 찾았다. “의리(義理)를 지키고 행동이 바르며 부정한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는” 허유(許由)를 찾았다.
허유의 인품에 반한 요(堯)임금은 “태양(허유)이 떴는데도 아직 횃불(요임금)을 끄지 않는 것은 헛된 일입니다. 임금 자리를 맡아주시오”라고 부탁했다.
허유는 “넓은 숲에 집을 짓고 사는 뱁새(허유)는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고, 두더지(허유)는 물 몇 모금으로 배가 차면 황하의 물을 탐내지 않습니다.”라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부탁을 거듭하자 허유는 더 깊은 기산으로 숨었다. 정치에 뜻이 없던 허유는 귀가 더럽혀졌다고 영수라는 강에 가 귀를 씻었다. 영수 근처에는 허유 버금가는 인재 ‘소보’가 송아지를 기르며 살고 있었다.
송아지에게 물을 먹이려고 영수에 간 소보는 귀를 씻는 허유를 보고 까닭을 물었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 송아지를 상류로 데리고 가 물을 먹이며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먹이면 송아지의 입이 더러워질까 봐 그랬다고 했다.
인재라고 소문이 난 것은 당신의 말과 처신 때문이라고 꾸짖자 수긍을 했단다. 인생을 소풍처럼 사신 분들의 이야기는 물 흐르듯 거침이 없다.
또 한 분의 현인 105세 된 철학자, ‘백년의 유산’으로 기네스에 오른 ‘세계 최고령 저자’ 김형석 명예교수는 “제 주변에 100세 된 사람 7명의 공통점이 있다. 남을 욕하지 않고 화를 내지 않는다. 또 독서를 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그러면서 법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내 인생 사분의 일, 25년을 일제 때 살았다. 해방이 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지 않으면 의미도 인생도 없었다. 법치국가,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귀를 씻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말씀이다.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을 하기 위해 말을 가려 들어야 한다. 자연의 섭리에 귀를 기울이며, 허튼소리에는 귀를 닫고, 옳은 소리에는 열자. 반대 측 의견도 존중하는 진정한 소풍객으로 오늘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