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는 그림 속 여인인 리자 부인의 신비한 미소 덕분에 불멸의 명화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미소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모나리자'에는 리자 부인의 미소 말고도 더 기가 막힌 장치가 숨겨져 있다.
인물 뒤에 배경으로 그려진 멋진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인물 좌우의 풍경 속 지평선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도록 그려져 있다.
레오나르도는 강이 흘러나가는 물길을 표현하면서 마치 인물 오른쪽의 지평선이 더 높은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묘사함으로써 그림의 왼편에서 인물을 관찰할 때와 오른편에서 인물을 관찰할 때의 느낌이 다르도록 만든 것이다.
이러한 풍경은 이상화된 관념적인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실제 자연에서 관찰되는 지리학적인 특징들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이다.
레오나르도는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인물을 묘사하는 머리카락을 비롯한 의복의 선 등의 요소들을 서로 조화되도록 배치함으로써 배경과 인물을 통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리자 부인의 신비한 미소가 큰 몫을 하기는 했지만,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의 그림 솜씨뿐만이 아니라 그의 공감각적 능력이 결합되어 불멸의 명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통합인 것이다. 배경과 인물이 통합되고 그림 솜씨와 공감각적 능력이 하나가 되어
명작이 만들어진 것이다.
파주의 오늘 아침 기온은 영하 9도였다. 출근길에 보니 출판도시의 생태연못이 가까스로 깨어나고 있었다.
잔뜩 움츠리고 밤을 지새웠을 철새들의 날갯짓이 비로소 시작되고 있었다.
그들의 힘찬 날갯짓을 찍고 싶었다.
그들의 화려한 군무를 찍고 싶었다.
차를 세우고 황급히 휴대폰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막상 사진을 확인해 보니 태양빛만 가득이다.
그 많은 새들은 그저 점이 되었다.
점. 점. 점.......
수많은 점들이 빛에 흡수되었다.
실망스러운 사진이 되었다.
몇 번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그랬더니 '조화'가 보였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밤새 추위에 떨었을 새들에게 따스한 햇볕이 선사되었다.
비록 점이 되어버렸지만 그들의 화려하고 힘찬 비상이 보였다.
새만 보려 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조화가 보였다.
조화가 사진 속에 있었다.
그렇다.
세상은 언제나 조화롭다.
다만,
편협한 생각과 눈이 그 조화를 깨닫지 못하게 할 뿐이다.
이기심 가득한 분열이 통합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세상은,
레오나르도의 그림보다 훨씬 더 탁월한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
'불멸'은,
결코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아니할 '세상'이라는 작품 앞에 붙여져야만 한다.
세상은 그러하여야 한다.
새롭게 시작된 2019년이 아직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은 희망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힘차게 달려 나갈 시간들을 생각할 때다.
통합으로 하나 된 세상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때다.
혹시 벌써 숨이 가빠졌다면, 세상과의 단절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들어 세상을 바라보시라.
리자 부인의 신비한 미소가 빛이 되어 빛나고 있을 것이다.
바로 당신의 눈앞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