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기초공사 중이었다.
나뭇가지를 열심히 물어 나르더니 조금씩 터가 닦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진척이 더디더니 결국 중단되었다.
서두를 기색이 아니다.
기초에 공을 들이는 것인지, 아니면 설계 변경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유가 뭐든 고심에 빠진 기색이 역력하다.
그럴수록 나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지날 때마다 고개를 쳐들고 쳐다보게 되었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갈수록 기초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기초가 단단치 않은 일들은 언제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걸 체험을 통해 깨닫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허물고 다시 단단하게 기초를 닦으면 되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이 쌓아올렸다는 게 문제다.
다시 쌓는 것도 문제지만 부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부분적으로 보수하고 보완하는 일이 잦아진다.
그러다보니 애초의 계획과는 다른 형태의 결과물 앞에서 때때로 당황하게 되고
그 당황스러움은 필연적으로 후회를 부른다.
‘좀 늦었더라도 그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더라면 이런 결과물은 아니었을 텐데.......’
궁금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새들은 짓던 둥지를 허물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설계를 변경하여 기존의 기초 위에 계속 둥지를 쌓아올릴 것인가?
궁금증에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사실, 후회할 시간도 없다.
과감하게 다시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의 결과를 선택할 것인가?
결정의 문제다.
후회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결정을 할 일이다.
결정하지 못하고 보낸 시간보다 더 후회스러운 결과물은 없을 테니 말이다.
봄은 시작의 계절이다.
움직임들로 부산한 계절이다.
처음으로 또는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봄이 되었다.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