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비판은 공감으로 대체하고, 불평은 감사로 업그레이드하고, 두려움은 사랑과 바꾸라.'요즘에 가장 마음에 두고 있는 문구다.
책을 읽다가 눈에 확 들어온 글귀라 적어놓았는데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하지만 공감보다는 비판이 많고, 감사보다는 불평이 많으며, 사랑보다는 두려움으로 가득한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는 기억만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퇴근을 하면 자유로를 달려서 귀가를 하는데 초겨울이면 퇴근시간과 일몰이 겹친다.짙게 물든 노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마음에 쏙 드는 노을이 드리워진 날이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곤 한다.달리는 차 안에서 흔들리는 한 손으로 찍다보니 집에 도착하여 확인해보면 대부분 흔들린 사진들이기 일쑤다.
결국 거의 모든 사진들은 휴지통으로 향하게 된다.눈에 보이는 실제의 모습보다 더 잘 나올 풍경을 기대했으니 흔들린 사진을 보게 되면 마음에 불평만 가득해진다.
그런데 달리는 차에서 보이는 풍경은 사실 사진에서와 같이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단지 눈으로 보이는 실제의 모습은 뇌에서 보정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그러니까 흔들림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 모습이 실제로는 착각일 수 있다는 애기다.‘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건데 천 번의 흔들림으로는 어림도 없을 일이다.
자고로 어른이라고 하면 비판하기보다는 공감할 줄 알아야 하고, 불평하기보다는 감사할 줄 알아야 하며, 두려움을 극복할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어디 고작 천 번의 흔들림으로 가능하겠느냐 말이다.
흔들린 사진 한 장 공감할 줄 모르고, 흔들린 사진을 보며 불평하고, 석양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기보다는 오로지 사진으로만 담으려고 하는 내 경우를 보건데 나이를 먹더라도 어른이 된다는 건 참으로 지난한 일임이 분명하다.
오늘 찍은 사진도 많이 흔들렸지만 비판도 불평도 하지 않으려 애써 마음을 다스린다.‘괜찮다. 괜찮다. 사실 그대로 담겼으니 이만하면 괜찮다.’아주 조금 공감하고, 아주 조금 감사했다.
그렇게 아주 조금이라도 어른인 척 해볼 수 있었으니, 적어도 오늘만큼은 비판보다는 공감이, 불평보다는 감사가, 두려움보다는 사랑이 조금 더 컸던 하루였음이 분명하다.착각일지라도 상관없다. 흔들렸어도 문제없다. 마음의 울림만으로도 조금은 어른에 가까워졌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