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금이라도 넓고 조금이라도 멀리
‘오늘은 태양보다 더 높이 오르고 말거야.’
민들레 홀씨들은 서로를 꼭 부둥켜안고
하늘을 향해 까치발을 들었다.
하지만 태양은 오늘도 보란 듯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실망한 민들레 홀씨들은 풀이 죽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태양을 이길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 때, 따사로운 햇볕이 홀씨들의 몸을 감싸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여주었다.
“고개를 들으렴.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렴. 몸이 가벼워질 거야.
그러다 바람이 불어오면 온 힘을 다해 뛰어오르렴.”
서로를 꼭 부둥켜안았던 손을 푼 홀씨들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바람을 타고 마음껏 하늘을 날았다.
햇볕이 다시 다가와 속삭였다.
“우리는 높이 오르는 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란다.
멀리 그리고 넓게 펴져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우리들이 할 일이란다.”
햇볕의 속삭임에 몸이 더 가벼워진 홀씨들은
더 멀리 그리고 더 넓게 퍼져나갔다.
매일매일 안간힘을 다해 까치발을 들고 있는 내게도
언젠가는 햇볕의 속삭임이 들릴 거라 기대하며 살아간다.
그 때가 되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태양과 민들레 홀씨와 사람은
참 많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높이 오른다고 최고가 되는 건 아니니까.
조금이라도 넓고 조금이라도 멀리 퍼질 수 있는
사랑을 품을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