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점점 스마트해지고 있다.스마트의 사전적 정의는 ‘몸가짐이 단정하면서 맵시 있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최근엔 ‘영리한’ 또는 ‘똑똑한’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까 세상이 스마트해지고 있다는 건 매우 똑똑해진 휴대폰을 스마트폰이라 부르는 것처럼 세상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똑똑해진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나도 덩달아 똑똑해지고 있는지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세상은 똑똑해졌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거나 낙오를 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한 불행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 하루도 긴장의 팽팽한 끈을 늦출 수가 없다.그런데 똑똑해지는 세상을 따라가는 일은 하루가 다르게 버겁게 느껴진다.이는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의 줄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내일은, 모레는, 그 다음 날에는.’혹시라도 한계치를 넘어선 줄이 탄력을 잃거나 끊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그래서 때로는 세상의 발전이 좀 더뎌지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세상은 추호도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기속이라도 붙은 듯 멀미를 일으킬 정도의 속도를 내고 있다.바라는 게 있다면 내일은, 모레는, 그 다음 날에는, 오늘보다 아주 미세하게라도 더 똑똑해지는 것이다.
세상과의 차이가 조금이라도 덜 벌어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해가 지는 시간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퇴근시간이면 세상을 밝게 비추던 태양이 이제는 건물 너머로 완전히 기울었다.며칠 더 지나면 어둠이 짙게 내린 퇴근길이 될 것이지만 이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계절이 한 번 바뀌고 또 한 번 바뀌고 나면 다시 환한 퇴근길이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거란 사실도 이미 잘 알고 있다.하지만 이 또한 걱정하지 않는다.
세상은 그렇게 점점 더 스마트해졌다는 걸,그 스마트의 과정에는 모든 사람이 다 존재한다는 걸,누구라도 그 모든 사람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빠르게 해가 지고 있다.세상은 어제보다 조금 더 스마트해졌을 것이다.
나의 하루는 오늘도 팽팽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