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칼잡이 가족(4회)
가족들은 그 슴베가 이 땅을 지켜 주는 유산이 되리라 믿고 있답니다.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돌칼은 대왕 할아버지나 다름없는 보물이라고 모두가 굳게 믿고 있어요.
얼음이 녹고 땅이 촉촉해지고 있어요.
아빠와 삼촌들이 강으로 사냥을 떠나기에 좋은 날씨예요.
사냥을 위해서는 대왕 할아버지의 솜씨를 배우지 않으면 안 돼요. 틈만 나면 사람들이 대왕 할아버지께 배우려고 집으로 찾아왔어요.
돌칼을 날카롭게 갈고 싶어 하는 마을 사람들이 마당에 모였어요. 한쪽 끝에서부터 대왕 할아버지가 뒷짐을 지고 돌아다니시며 모든 칼들을 살펴봐 주시지요.
“슴베는 작아야 해.”
“먼저 가벼운 나무를 고르고, 둘레가 작아지도록 깎아 봐.”
“슴베가 작을수록 멀리 던질 수 있다고. 슴베를 끼울 나무자루는 가볍고 길어야 한다고.”
꼬맹이도 대왕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다니며 어른들을 관찰해요.
‘산으로 뛰어가는 짐승을 맞히려면 칼자루가 길어야 하나, 짧아야 하나?’
꼬맹이는 대왕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요. 대왕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다니면 땀이 나서 놓고 싶을 텐데 꼬맹이가 싫다고 먼저 손을 뺀 적은 없어요. 대왕 할아버지의 손끝에서 궁금한 것들이 마구 전해지는 것 같거든요.
아빠는 물론 삼촌들은 날을 갈아도 서툴어요. 또 시간도 많이 걸려요. 꼬맹이는 한참 동안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아요. 입을 꾹 다물고 오래 있으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요. 바라보다 보면 문득 문득 궁금한 것들이 또 마구 떠오르는 거예요.
‘허리를 구부리고 저리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아플 텐데.’
‘열심히 돌을 바위에 문지르기만 하면 되는 건가?’
꼬맹이는 아빠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직접 손으로 돌멩이를 집어들어 보았어요. 그리고는 손에 잡히는 대로 돌을 냅다 던져서 어느 돌이 멀리 날아가는지 보았어요. 실은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요.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