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소년과 노인이 서로 알게 된 지는 1년이 넘었다. 어느 날 노인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선물을 받고 나면 네가 더 행복해지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 훨씬 더 잘할 수 있게 된단다.”
소년은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귀담아 듣지는 않는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했고 자신이 하는 일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그 ‘선물’의 정체가 궁금해진 소년은 노인을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노인은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할 뿐이었다.
“어렸을 때는 가장 잘 알고 있었고, 늘 우리 곁에 있는 것.”
소년은 점점 커나갔지만 행복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갖고 싶은 것만 늘어났다. 청년이 되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힘겨웠다. 열심히 일하고도 승진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가 하면,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극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청년은 어떻게든 선물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신문, 잡지,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노인이 들려준 그 ‘선물’이 무엇인지 잘 알아보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용기를 내 다시 노인을 찾아갔다. 노인과 함께 하는 시간은 기분이 좋았는데 노인은 그 이유가 ‘소중한 선물’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 선물을 찾고 싶다면, 자네가 가장 행복했고 가장 성공적이었던 때를 생각해보게. 자넨 이미 어디서 그걸 찾아야 할지 알고 있네. 다만 깨닫지 못할 뿐이지.”
노인은 청년이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성공한 사람이었다. 대기업 말단 사원으로 들어가 가장 높은 지위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청년은 노인의 조언대로 산속에 있는 조용한 별장에서 잠시 지내보기로 했다. 오랫동안 숲 속을 산책하면서 삶을 돌아보았다.
“왜 내 삶은 노인과 다를까?”를 고민하는 사이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오두막집으로 돌아와 모닥불에 불을 지피는 순간 처음으로 오두막의 멋진 벽난로가 눈에 들어왔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난로를 만든 사람은 단순한 벽돌공이 아니라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뛰어난 만듦새에 감탄하면서 벽돌공이 어떤 기분이었을까를 생각했다. 그때, 예전에 노인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네가 잔디를 깎을 때 기분이 좋았던 것처럼, 지금 하는 일에 완전히 몰두할 때 행복해질 수 있다.”
청년은 ‘지금과 같은 기분을 느끼지 못한 이유가 쓸데없이 과거의 일을 후회하고 미래의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순간 청년은 ‘소중한 선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평범했다. 선물은 바로 ‘현재(the present)’였다.
스펜서 존슨이 쓴 책 <선물>의 내용으로 그는 ‘행복해지려면 바로 지금 일어나는 것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노인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제아무리 용을 써봤자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며 마찬가지로 미래 또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미리 알 수가 없다. 과거와 미래를 여행하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다만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므로 그 미래를 어느 정도 앞당기는 것은 가능한데 그것은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미래는 내가 내딛는 현재의 한 걸음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최선을 다한다면 현재가 잉태시킨 미래의 탄생을 조금은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 ‘현재(the present)’는 ‘선물(present)’이 된다. 사람들은 대개 과거의 실수나 미래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걱정하며 현재를 보낸다.
하지만 현재의 삶이 밀려날수록 즐거움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 말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제 보았던 석양은 어제의 태양이고 내일 새벽에 볼 수 있는 일출은 내일의 태양이다. 오늘의 태양은 현재의 우리를 찬란하게 비추고 있다. 행복은 오늘의 그 밝음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