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현재를 잡아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이를 지키기가 매우 어렵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지키기 어려울 정도가 아니라
반대로 현재를 놔주고 내일을 철석 같이 믿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그렇게 믿었던 내일이 현재가 되면
그 현재를 또 쉽게 놔주며 다시 내일을 찾게 되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곤 한다.
믿음이 이렇게도 과하고 후할 수 있다는 걸 절감하는 요즘이다.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새벽이면 짙게 낀 안개가 시야를 가리곤 한다.
추정컨대 대략 30m 정도의 가시거리다.그러니까 30m 밖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조금도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건
눈에 보이는 30m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30m까지의 거리를 현재라 생각하고
그 30m를 넘어선 지점을 내일이라 가정해보니
‘현재에 충실하라.(Carpe diem)’라는 라틴어가 마음에 크게 와 닿는다.
눈에 보이는 30m가 없이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에 충실하지 않은 채 내일만을 믿는다는 건
눈에 보이는 30m라는 거리마저 눈을 감고 달리는 것과 같은 행위와 같다.
내일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놓쳐버린 어제와 같은 오늘이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또 내일을 믿는 일을 되풀이 하는 건
광신도에 가까운 맹목적 믿음이라 할 수 있겠다.오늘 새벽도 안개가 짙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오로지 앞만 보고 걸었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내일을 믿어서가 아니라 오늘 나아간 거리를 믿기 때문이다.
step-by-step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게 현재를 잡는 방법이다.
